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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리가 만들어내는 변화가 궁금해?_서페대연 편

  • 실행기간: 2024.01.01. ~ 2024.01.04.
  • 작성자: 빠띠워킹이
  • 작성일: 2024.01.04. 21:36
  • 조회수: 228

 

'서페대연'은 '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 동아리'라는 풀네임에서 알 수 있듯 서울 기반의 페미니즘 운동단체인 '서울여성회'에서 이끄는 공동체로, 대학에서부터 성평등한 문화를 만들어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고자 한다. 2017년 공식으로 출범해 6년째 활동을 이어오고 있으나, 페미니즘 '리부트(reboot)'와 동시에 더욱 거세진 '백래시(backlash)'로 인해 대학사회에서 점차 비가시화하는 페미니즘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올해 <그럼에도 우리는> 2기에 참여해 <페미니즘 원데이 클래스 : 원데이가 평생이 될지도>를 진행한 것도 페미니즘 운동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서였다. 서페대연 활동가 지수를 만나 대학 내 페미니즘 운동의 어려움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활동을 지속하는 이유를 들어봤다.

*<그럼에도 우리는>은 성평등을 주제로 다양한 실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활동으로 2022년 1기 13팀에 이어 올해는 9팀이 참여하고 있다. 

 


서페대연 활동가 지수(왼쪽)와  빠띠 활동가 리디아가 <그럼에도 우리는2>에서 서페대연이 진행한 프로젝트에 관해 이야기 나누고 있다. ⓒParti

 

대학 내 점점 강해지는 '안티-페미니즘'에 대항하기 위하여

 

서페대연은  대학 내 페미니즘 활동을 하고 싶은 학생들이 있고 일부 자생적으로 활동하는 이들도 있지만, 현실의 문제로 좌충우돌하는 상황에서 서울여성회의 선배들과 이 문제를 해결하면서 대학에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2017년부터 대학 내 페미니스트 공동체를 만드는 활동을 해왔으나, 코로나19 이후 대학 캠퍼스에 활기가 돌기 시작한 뒤로도 페미니즘은 백래시로 인해 '페미니즘'이란 단어를 꺼내는 것조차 어려워졌다. '에브리타임(전국 400개 대학을 대상으로 학업 지원 서비스 및 커뮤니티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에서도 페미니즘 관련 커뮤니티 활동은 철저하게 필터링됐다. 이렇게 페미니즘 공동체가 차별과 억압을 경험하는 상황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떻게 다시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는 안전한 공간을 만들고 공동체를 회복할 수 있을지 고민이 더욱 깊어졌다. 그리고 "그럴수록 우리가 더 가까이, 더 넓게 다가가서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그럼에도 우리는>에 참여해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해보기로 했다.

 

페미니즘의 문턱을 낮추는 ‘원데이 클래스’ 

 

초반에는 방학 중에 주1회씩 총 3회차로 진행되는 장기 프로그램을 구상했다. 그런데 서페대연 기존 회원들만 대상으로 한다면 참여자를 모으는 데 무리가 없겠지만, 우리의 취지는 기존 회원 외 더 많은 사람을 모으는 것이었기 때문에 방학 중에 프로그램을 여는 건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2학기 시작 무렵으로 진행 시기를 옮기고, 더 쉽고 가볍게 참여할 수 있도록 원데이 클래스로 형태를 변경했다. 그리고 원데이클래스를 열기에 앞서 기존 회원들과 '페미니스트데이'란 이름으로 워크숍을 열기도 했다. 워크숍에서는 서페대연이 지향해야 하는 페미니스트 공동체 상(像)은 무엇인지, 페미니스트 공동체로서 어떤 문화와 언어와 규칙을 만들어가야 할지 논의하고 마음을 맞춰나가는 시간을 가졌다. 

원데이클래스는 페미니즘 연구자 선생님들의 강연을 중심으로 참여자들이 편하게 서로의 관심사나 고민을 공유하며 친밀감을 쌓을 수 있도록 기획해 9월 11일, 12일 2회에 걸쳐 이화여대와 덕성여대에서 진행했다. 첫 회는 이화여대에서 진행되었는데,  여성학자 전희경 선생님께서 <페미니즘으로 다시 만난 세계>라는 제목으로 페미니즘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조목조목 쉽게 잘 설명해주셨다. 선생님께서 페미니즘과 차별, 인권을 연결해 설명해주셔서,  참여하신 분들도 페미니즘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소감을 남겼다. 

페미니즘이 무엇인가에 관한 내용을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제 상황을 바꾸기 위해 우리가 모이고 뭉쳐야 한다는 이야기도 원데이 클래스에서 전하고 싶었다. 그래서 사전에 선생님께 페미니즘 공동체에 관한 이야기도 해주십사 부탁드렸고,  이를 반영해 선생님께서는 강의 중에 '지속가능성'으로서의 페미니즘 공동체의 필요성에 관해서도  잘 설명해주셨다. 강의에 이어진 참여자 토론에서는 인상 깊었던 강의 내용과 함께, 책이나 강의로만 접하는 페미니즘이 아니라 실제 대학 사회에서 구현하는 페미니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두 번째 회차에서는 김주희 덕성여대 차미리사교양대학 교수님께서 <백래시, 동시대 경향성과 페미니스트 대안>이란 주제로 백래시에 관한 강의를 해주셨다. 김주희 선생님께서도 서페대연 단체를 소개해주시며 '함께 하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해주셔서 감사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페미니즘을 더 공부해보고 싶다'는 피드백이 나오기도 했다. 두 차례 원데이클래스를 마친 후에도 참여했던 분들과 연을 이어가기 위해 영화 모임이나 운동 모임을 열기도 했다. 어떻게 하면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서페대연이 접점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이것저것 시도했다(웃음). 원데이클래스 이후 서페대연에 가입한 참여자들도 있다.

 

"원데이클래스 참여자분이 "이런 게 없는 줄 알고 속상해 하고 있었는데, 홍보 포스터 보고 남들 몰래 사진 찍어놓고 찾아왔어요" 하셨던 게 기억에 남아요. 기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고... 대학 캠퍼스 안에서 페미니즘 활동 홍보물을 찾아보는 것조차 힘들어진 상황이 된거죠. 서페대연 홍보물이 거의 유일한데, 그마저도 내가 이걸 보고 있는 장면을 누가 볼까봐 무서워서 몰래 봐야 하고요. 바로 이런 지점에서 서페대연이 학내에서 계속 페미니즘을 이야기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우리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구나, 싶어서요."  (지수)

 

서페대연이 기획한 ‘원데이 클래스'에서 김주희 교수님의 백래시에 관한 강의를 듣고 있는 참가자들의 모습 ⓒ서페대연

 

더 많은 사람에게 더 쉽고 가까이 다가가려면 다양한 활동 방식이 필요하다

 

동아리를 운영하려면 지켜야 할 형식 같은 것들이 있어서, 활동을 기획할 때도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 보다는 전통적인 방식을 적용하는 편이다. 그런데 <그럼에도 우리는2>에서 다른 팀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창조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걸 보면서 좋은 영감을 많이 받았다. 예를 들어  ‘등대’ 팀이 게임을 매체로 활용한다거나, ‘선을넘는몫소리’ 팀이 이주여성 당사자가 이야기하는 자리를 열거나, 이런 방식이 저희에게는 낯선 것들이었다. 페미니즘도 전통적인 ‘운동’ 방식이 아니라 다양하게 풀어낼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원데이클래스 참여자들과 운동 모임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예전 같았다면 ‘페미니스트끼리 왜 운동을?’ 했을 거다(웃음).

사실 이번에  원데이클래스를 4회 정도 하고 싶었는데 강사 섭외에 실패해서 2회밖에 진행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또 2회 모두 남녀공학이 아니라 여대에서 진행한 것도 아쉽다. 앞으로 원데이클래스는 꾸준히 했으면 좋겠고, 처음 기획대로 방학 중 3주차 워크숍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페대연이 대학 내 페미니즘 불씨를 살려내려는 이유

 

‘세상이 이 모양 이 꼴이면 안 된다’는, 세상이 성평등하게, 더 민주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신념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미니즘 운동을 지속하는 가장 큰 원동력인 것 같다. 세상을 바꾸려면 행동하는 누군가가 있어야 하고, 그렇다면 나 또한 그 ‘누군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하나는 존엄한 삶을 살고 싶은 마음이다. 활동하면서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살고 있다’는 믿음이다. 이 믿음을 지키는 것 자체가 너무나 어려운 세상 아닌가. 사회의 요구에 순응하지 않고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사는 ‘고집’을 부리다 보면 활동을 지속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또 하나는, ‘사람’이다. 서페대연 회원들 중에도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운동을 계속 한다”고 이야기하는 이들이 많다. 성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가 공동체다. 페미니즘 공동체를 재건하고 새로 구축해 나가는 것. 서페대연은 대학사회 안에 페미니즘 공동체를 구축해 이를 기반으로 대학사회를 변화시키고, 이 변화를 대한민국 사회 전체로 확장하고자 한다. 그래서 대학 내 페미니스트 공동체를 만들어 이 공동체의 힘으로 대학 문화와 제도, 구조를 바꿔나가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대학 문화, 대학 사회 자체가 붕괴된 상황에서 이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대학에서 학생이 ‘주인’이기 보다 ‘소비자’, ‘고객’이 되어가고 있으니까. 

정말 슬플 때는 서페대연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를 사람들이 모를 때다. 코로나 시국에 정말 힘들고 답답했던 게, 학교에 갈 수 없다 보니 에브리타임에서 우리를 필터링하면 존재를 알릴 방법이 없는 셈이었다. 그래서 회원들이 순번을 짜서 각자 아이디로 저희 홍보물을 계속 올렸다. 삭제되면 다음 사람이 다시 올리는 식이었다. 그렇게 최대한 서페대연 소식이 노출될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학기 초에는 서페대연 회원들 에브리타임 계정이 다 신고 당해서 정지되곤 한다(웃음). 그렇게 어렵게 홍보하고 있기 때문에 누군가 “에브리타임에서 보고 왔다”고 하면 정말 감격스럽다. 이 한 명을 위해 우리는 계속 회원 수십 명 계정이 정지되어도 홍보를 이어가고 있다. 새로 찾아오는 회원 한 명을 위해 캠퍼스 안에 홍보물 붙였다가 떼이면 다시 붙이고, 욕 먹고, 다시 붙이고 하는 것이다. 이들에게 “우리가 여기 있다, 당신 혼자가 아니다”라고 알려주기 위해서.   

 

“(숫자로 꿈꾸는 세상을 설명해달라는 질문에) 서울 지역 내 대학이 몇 곳이나 되죠? 서울 지역 전 대학에  페미니즘 공동체가 생기는 것. 서페대연 지회면 더욱 좋겠지만(웃음) 아니어도 상관 없습니다. 페미니즘 공동체 자체가 없는 학교가 많거든요. 어느 학교에나 페미니스트가 있으니, 이들이 자기가 있는 곳에서 활동하고 지지 받을 수 있는 공동체를 만날 수 있게 되면 좋겠어요.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가는 게 서페대연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수)

 

워크샵 활동을 하며 변화를 만드는 실천을 고민하는 서페대연 팀 ⓒ서페대연

 

📝 글ㅣ한승희

기자로 소셜 섹터에 발을 들여놓은 뒤 다양한 조직에서 매니저, 활동가, 연구원, 기획자로서 이런저런 글을 써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사람들과 현장 이야기에서 살아갈 힘을 얻는다.

📷 사진 | 데모스X5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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