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우리가 만들어내는 변화가 궁금해?_등대 편
- 실행기간: 2023.12.21. ~ 2023.12.31.
- 작성자: 빠띠워킹이
- 작성일: 2023.12.21. 09:47
- 조회수: 261
등대(Lighthouse) 팀은 ‘그럼에도 우리는’ 2기 프로젝트에서 성평등 문화에 대해서 관련된 보드게임 만들고 있는 팀이다. 보드게임을 통해 단어 블록을 쌓으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성평등 및 성소수자 단어나 이슈에 대해 대화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자 한다는 등대팀을 만나보았다.
*‘그럼에도 우리는'은 성평등을 주제로 다양한 실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활동으로 2022년 1기 13팀에 이어 올해는 9팀이 참여하고 있다. |
<그럼에도 우리는>을 꾸려가는 빠띠의 활동가 포터가 그럼에도 우리는 참여팀 ‘등대’의 팀원 일리(왼쪽부터), 화영, 혜연, 한결과 인터뷰를 나누고 있다. ⓒParti
서로의 가치가 뭉쳐 ‘등대’가 되기까지
한국에서 무섭게 다뤄지는 성평등, 성소수자 이슈에 대해 다른 방식으로 풀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먼저, 화영의 경우 프랑스에 살면서 소수자 친구들을 많이 알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성평등 이슈에도 관심과 경험이 많아졌다. 그런데 화영이 한국에 돌아와서 보니 성평등 이슈에 있어서 한국에서는 이미 관심있거나 아는 사람들끼리만 모였다는 느낌이 들었다. 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성평등 관련 활동을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고 이런 맥락에서 등대팀의 활동 방향과 개인적인 니즈가 잘 맞았다.
일리 또한 성소수자 주제에 관심이 있었는데 게임을 통해 주변 친구들에게도 성소수자에 대해 소개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될 것 같아 합류하기로 했다. 특히, 기능적으로나 가치적으로 다양한 사람을 포용할 수 있는 포괄적 디자인(inclusive design)에 관한 관심도 있었는데, 이를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기회인 것 같았다.
혜연은 대학원 친구들을 만나면서 성평등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됐는데, 성소수자 이슈와 성평등에 대한 가치관을 더 잘 알고 싶은 마음이 들어 프로젝트에 함께하고 있다. 또 시각디자인과를 전공하면서 항상 컴퓨터로만 작업을 했기에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실제적인 활동 중심으로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
한결은 이전에 교육이나 환경에 관련된 사회 문제에 대해 활동을 해오고 있었다. 성소수자 문제에도 관심이 있었지만 그 활동 방식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데, 그러던 중 대학원에서 디지털과 융합하여 어려운 문제들을 재밌게 풀어내는 작업을 보게 되었다. 특히, 대학원에서 혜연이 만든 VR로 혐오표현을 지우는 게임*을 보면서 사회적인 이슈를 흥미로운 경험을 통해 풀어낼 수 있구나 알게 되면서 성소수자 이슈를 다루는 게임도 만들어보고 싶었다.
어릴 적부터 어두운 바다의 길을 밝혀준 등대를 좋아한 한결은 어느 날 학과 다큐멘터리 영상에서 교수님이 꺼지지 않는 대학원 연구실의 불빛이 등대 같다고 말한 게 기억에 남았다. 이후 다양한 팀프로젝트의 활동명을 ‘등대’로 하기 시작했다. 물론 대학원생은 고단하고 치열하게 지내니까 불이 꺼지지 않는 연구실을 등대로 표현하는 건 자조적인 면이 있지만, 연구자이자 예술가인 우리가 등대처럼 다양한 이야기들의 가치를 밝히고 그 외연을 확장해나가겠다는 의미로써 등대라고 팀 이름을 정했다.
VR로 혐오표현을 지우는 게임 : 오늘의 행동 사회적협동조합이 만든 '혐오에 대항하는 도구KIT'를 VR로 구현한 게임(자세히 보기) ⓒ오늘의행동
등대의 불빛이 만들어지는 과정
처음에는 여러 보드게임을 직접 해보는 것으로 시작했다. 한결이 보드게임 워크숍을 다녀와 책자와 5가지 게임을 들고 왔다. 직접 해보고 논의하면서 어떤 게임을 모티브로 삼을지 함께 고민한 끝에, 자음과 모음을 결합하는 단어게임을 만들기로 했다. 어렵지 않으면서 재밌고 교육용으로도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단어게임에서 어떤 요소를 더할 수 있을까 생각하는 식으로 아이디어를 쌓기 시작했다.
교구를 만드는 과정도 흥미롭다. 처음에는 납작한 카드 모양의 모형을 준비했다가 우연히 연구실에 있던 정사면체 목재 블록이 눈에 들어와 그걸 활용해 교구로 만들어보게 되었다. 만들어 보니 목재라는 재료가 주는 따듯함이 좋았다. 또 단어를 쌓아간다는 행위도 게임과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블록은 바닥에 두고 조합할 수도, 위로도 쌓을 수도 있다. 단어 블록을 쌓으면 예컨대 책상에 두는 DP(전시용 사진)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 하려고 한다. 게임 중이 아닌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주고 싶어 고안한 아이디어다.
게임의 취지에 따라서 게임을 할 때 최대한 배제되거나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했다. 포괄적인 디자인을 적용하여 자음과 모음의 글씨체는 다색의 글씨체인 길벗체*를 사용했다. 받침이 없는 단어 블록의 빈칸에는 다양한 성 정체성을 나타내는 프라이드 플래그**도 추가할 수도 있어 시각적으로도 재밌는 요소를 주었다. 마지막으로 게임의 방식은 대부분의 한국이나 아시아의 보드게임처럼 점수제 같은 경쟁방식보다는 협동게임을 중심으로 제안하려고 한다.
*길벗체 : 성적소수자 활동가이자 자긍심의 무지개를 고안한 길버트 베이커(Gilbert Baker)를 기리는 길버트체처럼 한글 글꼴 글자색을 무지개색으로 한 한글 글꼴이다. (자세히 보기)
**프라이드플래그(pride flag) : 성소수자의 자긍심을 나타내는 다양한 정체성을 표현한 깃발이다.
등대팀이 만든 프로토타입 보드게임으로 '빠띠'단어를 만든 모습 ⓒParti
함께 단어를 쌓고 발화하는 시간
발화의 사전적인 의미는 ‘소리를 내어 말을 하는 현실적인 언어 행위’ 다. 한국에서는 성평등이나 성소수자의 주제가 유독 무겁게 느껴진다. 이에 대한 말을 꺼내기도 어렵고 또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도 전혀 많지 않다. 등대는 보드게임을 매개로 좀 더 일상적으로 성평등이나 성소수자에 관한 단어, 예컨대 ‘퀴어'에 대해 입으로 꺼내고 또 그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시간을 마련하려고 한다. 그것은 성평등 활동가나 성소수자 당사자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들을 포함한 다양한 사람들 간 대화의 장이 될 것이다. 막상 말해지기 시작하면 어렵게 느껴졌던 주제들이 침묵의 무게를 벗고 한편의 후련함을 주지 않을까.
“알지만 모르는 척하고 말하지 않는 게 아니라 이런 단어들을 아무렇지 않게 꺼내어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일리)
”실제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게임을 해봤다. 뿌리는 같은 곳에서 출발하는데, 뻗어 나가는 가지가 다른 방향으로 가지만 동시에 따뜻하게 한곳에 모여있는 느낌이 들었다. “(화영)
먼저 대학원에 같이 있는 연구실의 동료와 게임을 해보고 싶다. 성평등이나 성소수자에 관한 단어를 모르는 사람도 많아서 “이 단어 알아? 이게 뭐게.”라고 물어보면서 이런 문화에 익숙해 질 수 있는 활동을 동료와 해보고 싶다.
또한 퀴어동아리 친구들, 성소수자 부모모임의 부모님과 게임을 해보고 싶다. 작년까지 퀴어동아리 청소년들과 글을 쓰는 프로그램을 했었는데 게임을 하면서 한 번 더 친구들을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또 성소수자 부모모임의 활동가들에게 게임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하다. 친구가 성소수자 부모모임의 활동가인데, 특히 그 친구와 부모님과 해보고 싶다. 부모님과 청년, 아이들 세대 간에도 편하게 이야기할 매개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든다. 이렇게 점점 확장하다 보면 야외 부스에서 게임을 들고 나가 다른 시민이랑 대화하는 매개체로 활용될 수 있지 않을까.
등대의 한결과 화영이 그럼에도 우리는 2기 '피드백 살롱'에서 보드 게임에 대한 피드백을 듣고 있다. ⓒParti
등대 팀이 밝히고자 하는 앞으로의 변화
“팀으로서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하고 싶다. 패키지도 제작해서 완성품으로 만들고 2차 생산도 할 수 있는 보드게임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예술 공모단체같이 큰 단체들에서 성평등을 주제로 공모가 많이 열리고 작품들도 활발히 나왔으면 좋겠다.” (화영)
“이 프로젝트가 사람들이 꺼내기 무거워하는 주제에 대해 더 많이 인식하고 논의하는데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한 번의 경험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지속적해서 관심을 둘 수 있게 하는 방법들을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혜연)
“우리의 활동도 학회들에 조금씩 내보내면서 과정을 공유하고 싶다. 다른 성평등이나 성소수자 이슈에 관해 연구하는 연구자 뿐만 아니라, 일반 창작자나 대중에게도 참고되면 좋겠다. 한국에는 퀴어에 대한 작품이나 활동의 절대적인 양이 너무 적다는게 항상 아쉽다. 등대 팀의 활동처럼 다양한 게임을 만들면서 성평등 활동에 관한 사례들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결)
“친구 중에 성평등이나 성소수자 이슈에 대해 사실은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모른척 하고 싶어하거나 모르는 친구들이 많다. 하지만 막상 이야기 할수록 되게 재밌다는 점, 오히려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면서 게임을 같이하고 싶다. 나라는 사람은 알면 알수록 다양한데 이를 잊고 살기도 하니까. 자신을 알아가면서 해방을 느끼면 좋겠다.” (일리)
글ㅣ오다움
사람들이 모여야만 경험할 수 있는 순간들에 관심이 있다. 최근에는 경직된 몸을 이완시키는 글쓰기나 움직임 활동을 구상하며 지낸다. 아마추어 정신의 프로가 되는 것이 최종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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