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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주말에 뭐하니? 우린 컵줍깅 한다!

  • 작성자: 쭈쭈
  • 작성일: 2023.08.31. 15:19
  • 조회수: 204
 

글. 강우정 캠페이너 (여성환경연대 활동가)

지난 주 토요일(8/26) 오후 4시, 청년참여연대는 서울 종각과 광화문 일대에서 컵줍깅을 진행했습니다. 줍깅은 흔히 ‘플로깅’이라는 단어로 많이 알려져, 길거리를 산책하며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말합니다. 자칫 환경정화 활동처럼 들리기도 하는데요. 청참 캠페이너들을 왜 주말 오후 도심에서, 그것도 오로지 컵을 줍기 위해 모였을까요?

바로 1회용컵 보증금제 때문입니다. 1회용컵 보증금제는 자원재활용법에 근거해 플라스틱 1회용컵의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컵에 300원의 보증금을 부과하고 반납 시 되돌려주는 제도입니다. 갖은 시행착오 끝에 많은 시민들의 염원을 담아 작년 6월 시행될 예정이었는데요. 환경부는 전국 시행 예정이었던 보증금제를 갑작스레 유예하고 축소해 현재는 제주와 세종 지역에서만 제한적으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두고만 볼 수 없는 환경단체들이 모였습니다. 녹색연합, 여성환경연대, 환경운동연합이 8월 한 달동안 1회용컵 보증금제 전국시행을 촉구하는 릴레이 컵줍깅 캠페인을 벌였는데요. 청년참여연대는 이에 연대하는 뜻에서 캠페이너 및 시민들과 함께하는 1회용컵 줍깅을 기획했습니다.

2023.08.26. 청년참여연대 컵줍깅 소모임 <사진=참여연대>

오후 4시가 되니 종각역 앞에 삼삼오오 인원이 집결합니다. 간략한 OT 후에 종각역에서 광화문역까지 약 50분간 1회용컵을 찾아 거리를 누볐습니다. 한 손에는 집게를, 한 손에는 봉투를 들고 인파 속을 걷자니 어쩐지 기분 좋은 부끄러움이 느껴집니다.

아쉽게도 오후의 종각 거리는 생각보다 한산했고 이미 금요일 저녁의 지저분한 흔적을 치우기 위해 미화원 분들이 일찍 다녀간 듯 보였습니다. 1회용컵과 각종 플라스틱 폐기물들이 잔뜩 뒤섞여 고이 재활용 비닐 속에 묶여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씁쓸한 마음이 듭니다. 우리가 오늘 모은 데이터는 차곡차곡 쌓여 1회용컵 보증금제 전국시행을 요구하는 데 활용되겠지만, 이 거리는 저렇게 매일매일 쓰레기로 가득차고 있을 테니까요.

그러나 상념에 잠길 새 없이 곳곳에 숨어있는 1회용컵들을 찾아내어 봅니다. 인파가 쏟아지는 번화가만큼 많지는 않지만, 벤치나 공원이 있는 자리면 꼭 두어개의 컵이 발견되곤 합니다. 음료도 잔뜩 남겨둔 채 자리를 떠나는 심보는 대체 어떤 마음인지, 헤아려지지조차 않습니다. 혹은 감탄이 나올 정도로 잘 숨겨둔 컵들을 찾을 때면 여러 감정들이 함께 밀려옵니다.

2023.08.26 서울 종각-광화문 일대 길거리에 무분별하게 버려진 일회용컵 쓰레기들 1 <사진=참여연대>

 

2023.08.26 서울 종각-광화문 일대 길거리에 무분별하게 버려진 일회용컵 쓰레기들 2 <사진=참여연대>

그렇게 약 50분간 우리는 90여개의 1회용컵을 모았습니다. 집결지 세종문화회관 공터에 모여 컵들을 정리하고 컵의 브랜드를 기록하는 활동을 진행합니다. 브랜드별 개수로는 역시 스타벅스와, 저가커피 브랜드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테이크아웃 문화를 통해 막대한 이윤을 남기면서, 쓰레기로 인한 탄소배출에는 책임지지 않는 이 기업들에게 우리는 점차 책임을 요구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기업에게는 책임을 요구하되, 동료 시민들에게는 실천을 강조하며, 정부에게는 걸맞는 제도를 잘 운영해나가도록 감시하는 것이 바로 우리가 해야할 역할이겠지요. 여전히 한 자리수에 머무르는 1회용컵의 재활용률을 늘리고 소비를 감축하기 위해 1회용컵 보증금제가 서둘러 확산되고 정착되기를 바랍니다. #1회용컵보증금제전국시행

 

 

2023.08.26 컵줍깅 시작 한 시간만에 100여 개 일회용컵들을 주웠다 <사진=참여연대>

 

2023.08.26. 청년참여연대 컵줍깅 소모임 참가자들 <사진=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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