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팀] 영화 <더 트루 코스트> 함께본 후기
- 작성자: 쭈쭈
- 작성일: 2023.06.19. 15:21
- 조회수: 448
- 함께 본 사람들 : 연주 우정 정민 정현 지성 쭈쭈
- 함께 본 시간 : 2023.06.17 (토) 밤 9:30 온라인
- 함께 본 영화 : <더 트루 코스트> The True Cost (2015) 다큐멘터리, 92분, 감독 앤드류 모건
작성자 쭈쭈
2023년 청년참여연대 <캠페인어벤저스> 환경팀 주제는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이다.
패스트 패션이란, 빠르게 변하는 유행에 따라 대량으로 싸게 생산되는 의류를 일컫는다. 생산 주기가 얼마나 빠르냐면 업체들이 신상품을 내놓는 기간은 단 1~2주에 불과하다고 한다.
‘패스트 패션’이라는 용어는 1990년대 스페인의 패션 브랜드 자라(Zara)가 뉴욕에 상륙할 당시 디자인에서 판매까지 15일을 넘기지 않겠다는 목표를 내세우자 이를 설명하기 위해 <뉴욕타임즈>가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비교적 최근에서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패스트 패션이 기후위기와 환경오염 주범으로 불린 것에 비하면 이 산업이 존재해온 것은 최소 30년 이상 되었다는 얘기다. 그만큼 패스트 패션은 인간 삶의 필수 요소인 의식주 중 하나인 ‘의(衣)’의 디폴트 값으로 현대인의 생활 양식에 깊숙이 녹아들어 있다.
싸고 빠르게 옷을 만들면 좋은 거지, 뭐가 문제냐고?
우리가 이 영화를 함께 보기로 한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환경오염, 탄소배출, 노동착취…우리는 패스트 패션의 문제들에 대해 ‘육식이 지구에 해롭다는 사실’만큼이나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캠페인 논의를 이어갈수록 본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은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다.
직접 옷을 만들어 입을 수도 없고 (옷은 먹을 것보다 자급자족이 어려운 분야다) 그렇다고 청년들에게 10~20만원 호가하는 친환경 의류(로 알려진 브랜드)를 사입으라고 할 수 없고 유행에 뒤처지는 삶을 선택하라고 자신있게 권할 수도 없다. 패션이라는 거대한 산업 시스템 기획-유통-생산-판매 그 어느 단계에도 우리가 끼어들 자리는 없어보였다.
영화는 패스트 패션에 관한 피상적인 정보에만 머물러 있던 우리에게 문제의 실체를 두 눈으로 확인케 해주었다. 알고 있던 것보다 영상으로 마주한 현실은 훨씬 더 적나라했는데, 패스트 패션 기업들이 유럽-미국인들이 입을 옷을 ‘싸고 빠르게 대량으로' 공급하기 위해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 개발도상국 노동자들을 어떻게 착취하는지 보여주는 데 영화는 상당부분 할애하고 있다.
특히 2013년 4월, 1,129명의 목숨을 앗아간 방글라데시 다카 인근 의류공장 라나플라자(Rana Plaza) 붕괴 사건은 듣던 것보다 훨씬 처참했다. 생산 과정에 쓰이는 다량의 화학물질로 노동자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희귀한 피부병, 정신질환 등을 앓게 되는데도 이들이 하루에 버는 돈은 고작 3달러가 채 되지 않는다. 북반구 사람들이 10달러 짜리 옷을 사서 패션을 즐기기 위해 남반구 사람들을 하루 3달러에 부려먹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영화 속에서 노동자들은 최저 월급 160달러(한화 약 20만원)를 위해 싸우고 있었다. 붕괴사고 현장에서, 시위 현장에서 피로 범벅이 된 사람들을 보며 나는 그동안 옷을 사며 누려온 즐거움이 무엇을 딛고 만들어진 것인지 새삼 돌아보게 됐다.
"우리가 얼마나 힘들게 옷을 만드는 지 사람들은 몰라요.
그냥 사서 입을 뿐이죠. 옷은 우리의 피로 만든 거나 다름 없어요."
한편 가해자와 피해자가 일치하지 않는 상황에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묻는 ‘기후정의’가 떠오르기도 했다. 영화는 유럽-미국 등 선진국 책임을 강조해서 묻지만 2022년 기준 패션시장규모 45조 7787억 원에 달하는 한국이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리 없다.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2014 한국패션시장 조사보고서, 재인용 (원출처: Market Line)
책임 전가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대량으로 공급되어 유럽-미국인들이 쉽게 사들인 옷은 ‘자선단체 기부'라는 이름으로 쉽게 버려지고 다시 이들 개발도상국에 대량으로 흘러들어온다. (판매되서 버려진 옷뿐 아니라 판매되지 못하고 남은 옷들의 폐기 문제도 심각하다) 덕분에 로컬 재봉기술은 모두 사라지고 그들의 땅은 의류 쓰레기 더미에 잠식된다.
문득, 어제 산 외투 내 가슴팍에 기대
눈물 흘리며 하소연하네
내 말 좀 들어달라고 난 사람이었네
공장 속에서 이 옷이 되어 팔려왔지만
난 사람이었네 어느 날 문득 이 옷이 되어 팔려왔지만
난 사람이었네 사람이었네 사람이었네 사람이었네
- 루시드폴 <사람이었네> (2007)
우리는 왜 이렇게 옷에 집착하며 살게 됐을까?
영화는 말한다. 집값도, 차값도, 라면 값도 모든 것의 가격이 다 오르는 세상에 어떻게 옷 가격만 계속 더 떨어질 수 있는지 이상하지 않느냐고. 현대인들을 만족시켜주고 있는 것은 오직 ‘옷’뿐이라고. 어쩌면 패스트 패션은 저렴하지만 개성을 추구하는 MZ세대의 ‘스몰 럭셔리' 소비 성향과 포모증후군(FOMO Syndrome, 소외될것 같은 두려움)을 동력삼아 성장해왔는지 모르겠다.
더 트루 코스트, 저렴한 옷값 뒤에 보이지 않는 진짜 비용을 우리는 여전히 계산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숫자가 아니라 사람을 떠올린다면, 오늘 우리가 함께 본 영화 속 얼굴들을 떠올린다면 옷을 사는 순간 한번쯤 고민하고 조금은 망설여볼 수 있지 않을까. 영화의 마지막 말처럼.
"우리는 계속 물건을 소비하며 행복을 찾을 것인가?
세상을 빈곤하게 만들면서 나만 부자인 것처럼 느끼게 하는 체제에 만족할 것인가 (...)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모든 문제와 우리 자신보다 크고 감당할 수 없을 듯한
모든 문제들 중에서 이것부터 시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의 옷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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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참연주
🥹 우와 후기글 넘 멋져요..!
영화 보고서 너무 충격적이어서 ‘앞으로 또 다시 옷을 사 입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정말 쏟아지는 옷 광고와 할인쿠폰, 창고 정리 이런거 보면서 무의식적으로 또 쇼핑을 염두하고 있더라구요. 의류 소비가 너무 자연스럽고 과하게 쉬운거 같아요. 잊지 않고 떠올리고 기억하면서 스스로의 소비에 책임을 지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