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문] 사회적기업은 사회적경제인가? -노진주(에이치비엠 사회적협동조합)

  • 작성자: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 작성일: 2021.09.02. 01:38
  • 조회수: 386

조금 늦었지만 첫번째 발제문이 올라왔어요!!

 

에이치비엠 사회적협동조합의 노진주님께서 '사회적기업은 사회적경제인가?'라는 주제로 작성해주셨습니다.

사회적경제를 제도 속에서, 본인의 역할 속에서 그리고 소비자로서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다소 도발적인 주제였는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너무 멋지게 사회적경제를 설명해주셨네요.

실시간 공론장에 오시기전에 같이 읽어봐요 :)  

 

 

 

사회적기업은 사회적경제인가?

 

 

에이치비엠 사회적협동조합 노 진 주

 

 

사회적기업은 사회적경제인가?’ 문자 그대로 해석한다면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주제이지만, 의미를 파고 들수록 대답하기 어려워지는 주제이다. 이 자리는 답을 내리기보다 생각을 나누는 자리라 생각되어 발제 주제를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세 가지 관점으로 나누어 이야기하고자 한다.

 

제도적 관점

제도적 관점에서 사회적기업은 사회적경제기업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사회적경제기업은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자활기업, 마을기업을 의미한다. 이렇게 좁은 의미에서 바라보면 사회적기업은 당연히 사회적경제 안에 속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경험 속에서 사회적기업은 정말 사회적경제였는지에 대해 다른 관점에서 다뤄보겠다.

 

2. 연결자 관점

나는 전라북도 사회적기업·협동조합 통합지원센터에서 5년간 협동조합 지원업무 실무를 맡았다. 지원기관의 실무자는 민과 관을 연결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생각하여 연결자로 정리하였다.

중간지원조직의 실무자 입장에서 사회적기업과 사회적경제는 교집합의 관계에 있다고 생각한다. 제도적 관점과 비교하면 부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세 가지이다.

 

가치전도

사회적기업육성법 제정 당시 사회적기업은 취약계층 일자리창출이라는 소셜미션을 비즈니스방식으로 해결하고자 만들어진 영리와 비영리 사이에 있는 기업을 의미하였다. 현재 부처형 사회적기업이 생기면서 다양한 소셜미션을 가진 기업들이 생겨났으나, 사회적 목적을 우선으로 추구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장에서 사회적기업 컨설팅, 심사 등을 경험하면서 느낀 것은 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회적기업을 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었다. 재정지원을 받기 위해 취약계층을 고용하고, 사회적 목적을 만들어낸다. 결국 소셜미션이 돈을 지원받기 위해 갖추어야 하는 요건으로 전락되는 것이다.

 

창업방식 중 한가지로 전락

사회적기업이 나아요, 주식회사가 나아요?’, ‘사회적기업보다 청년창업사관학교가 더 좋다는데 어떤 것을 해야 할까요?’ 실제로 상담하면서 종종 받았던 질문이다. 질문의 요지는 어떤 것이 더 혜택을 받을 수 있느냐였다. 사회적기업 지원을 보상으로 인식하는 사례도 있었다.

협동조합의 초기 자본은 어떻게 마련하실 건가요?’라는 질문에 사회적기업이 되어 재정지원을 받아 협동조합을 운영하겠다는 답변을 받은 적도 꽤나 있었다.

가치가 전도된 사회적기업은 결국 예비창업자, 기창업자들에게 창업방식·창업지원사업 중 한가지로 전락되었다.

일부 컨설턴트들은 인증 요건을 완벽하게 갖춘 서류를 찍어내듯이 만들고 있다. 그들의 손을 거쳐 인증을 받은 기업은 서류상으로 흠잡을 곳이 없는 사회적기업이 된다.

받는 것에 비해 해야 할 것이 많아요.’라는 푸념을 들을 때마다 공감을 해야 하는 것인지, 다시 한 번 사회적기업의 Why를 찾아주어야 하는 것인지. 어떤 것도 선택할 수 없어 답답했다.

 

이렇게 본래 의도와는 다르게 만들어지는 사회적기업이 시간이 지날수록 체감되는 숫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관이 주도했다는 점에서 그 이유를 찾아보았다.

 

관 주도의 폐해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위탁사업으로 운영되는 사회적기업·협동조합 통합지원사업의 사회적기업 부문 정량성과에 사회적기업 인증 개수가 들어가 있다. 지자체 직영·위탁으로 운영되는 사회적경제지원센터의 정량성과에도 인증 개수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지원기관에서는 목표달성을 위해 사회적기업 인증에 성공해야하는 것이다.

관은 성공한 사회적기업을 만들기를 원한다. 성공한 사회적기업이란 대게 정량적 수치로 나타낼 수 있는 고용인원이 많고 매출이 높은 기업이다. 성공한 기업을 만들기 위해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지원사업은 보통 1년 내외의 단기사업으로 진행된다. 단기사업을 통하여 단기적 정량성과를 달성한 성공한 기업은 지속지원을 받을 수 있다. 눈에 잡히지 않는 사회적가치보다눈에 보이는 정량성과를 달성하기 위하여 기업은 열심히 사업한다.

이에 대한 보완을 위해 고용노동부에서 사회적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 SVI(사회적가치지표)를 만들어 활용하고 있으나 지표 대부분이 고용과 매출성과를 골자로 이루어져있다.

 

달성해야하는 정량적 수치와 요건을 완벽하게 갖춘 서류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사회적경제 영역에 들어갈 수 없는 사회적기업들이 매 심사마다 탄생되고,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모든 사회적기업이 사회적경제 영역 안에 속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연결자 관점도 결국 제도 안에서 사회적기업을 바라본 관점이다. 하지만 사회적경제는 우리나라에서 정의 내려져있지 않을뿐더러, 사회적경제를 4대 사회적경제기업으로 국한되어 보지 않는다. 사회적기업의 설립목적인 소셜미션 또한 취약계층고용에 국한되어있지 않다.

 

3. 소비자 관점

이전 사회에서는 하나의 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나의 큰 대안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문제가 다양해졌고 관점과 해결방안 또한 다양해졌다. 앞서 이야기한 부처형 사회적기업이 생긴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소비의 목적이 생존을 뛰어넘어 가치실현인 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개인이 옳다고 느끼는 것을 위해 소비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나 역시 지구환경을 지키기 위해,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 기꺼이 가치소비를 한다. 다수가 공감하는 가치가 모여서 사회적가치가 된다고 생각한다면, 현재 사회가 사회적경제를 삶의 방식 중 하나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사회적기업육성법에서 정리하고 있는 요건을 갖추고 인증을 받은 기업만이 사회적기업이다라고 얘기할 수 없다. 다수가 공감하는 사회적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이 바로 사회적기업인 것이다.

 

소비자 관점에서 사회적기업은 개개인이 공감하는 사회적가치에 따라 사회적기업이 되기도 하고 일반기업이 되기도 할 것이다. 연결자 관점에서와 마찬가지로 교집합의 관계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연결자 관점보다 사회적경제와 사회적기업의 범위가 훨씬 클 것이다.

 

사회적경제는 시대가 변하면서 추구하는 사회적가치가 다양해짐에 따라 그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그러나 제도권 안의 사회적기업은 관이 주도함으로써 정량적 수치를 높이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그 본질을 잃어버리거나, 다양한 형태의 소셜미션을 품지 못하는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다.

특정한 사회적문제에 대한 해결, 정량적 성과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문제를 장기적으로 여러 관점에서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적기업을 육성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다면 현재 사회적기업은 사회적경제인가?’라는 질문에서 내가 느끼는 괴리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지 않을까라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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