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문 말고 고민공유] 사회적경제는 더 윤리적이어야하는가? -오석조(협동조합 판)
- 작성자: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 작성일: 2021.09.03. 00:18
- 조회수: 529
협동조합 판의 오석조 이사장님의 발제문이 들어왔어요!!
하지만 이번 소식 글에서는 발제문을 공유드리는 것 보다 앞서
현장에서 기업을 운영 하시는 오석조 이사장님이 발제를 요청드리기 전부터 갖고 계시던 고민을 먼저 공유드려요.
협동조합 5년차에 갖고 있는 고민들을 먼저 보내주셨는데요, 이러한 고민을 갖고 계신 와중에
과연 사회적경제는 더 윤리적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어떻게 풀어주실지 기대가 많이됩니다.
먼저 읽고 발제를 들으시면 더 재밌게 발제를 들을 수 있을거 같습니다 :)
협동조합 5년차를 지내면서..
1. 협동조합을 해야 하나요?
- 좋은 뜻으로 시작된 협동조합 활동은 이상적인 것을 바라보기 보다 현실적인 것을 바라봐야 합니다. 어디서부터 생겨났는지는 모르겟지만, 협동조합을 하면 무언가 더 좋은 지원이 있을거다. 지자체에서 더 큰 사업들을 줄 것이다. 지금은 작은 사업체(사람)이지만 우리가 모이면 큰 사업체 (사람)이 될 것이다 라는 생각.
하지만 현장에서는 1+1=2 가 되는 상황을 보기 힘든 거 같습니다. 1+1=1이 되면 다행인 상황이 더 많이 목격되는거 같습니다. 더 마이너스가 되는 조직이 더많은거 같습니다.
협동조합은 사업체로서는 그렇게 매력적이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협동조합을 운영하시는 사람을 한명이라도 붙잡고 물어보면 어디서 그런 지원들을 받느냐고 물음을 다시 받을수도 있습니다. 사회적기업을 통해서 받는 지원은 굳이 협동조합이 아니여도 받을수 있습니다. 주식회사여도, 사단법인이여도 사회적목적과 서비스의 대상, 사업의 지향점만으로도 충분히 사회적기업 인증과 지원들을 받을 수 있습니다.
복잡한 논의구조를 거쳐야하고 대표의 뜻대로 모든 것을 만들어 가가도 어렵습니다. 사실 대표의 강력한 의지로 무언가를 운영하는게 조직의 성격에 맞다면 개인사업자나 주식회사가 더 효과적일 거 같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멘토링과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협동조합과 사회적협동조합을 구분하지 못하고,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을 구분하지 못하고 사회적경제를 잘 모르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조금만 더 알아보셨으면 협동조합을 굳이 선택하셨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조합을 만드시고 싶은 최초 제안자의 강력한 의지로 사업자등록증은 나올 수 있어도 실제로 그것이 운영이 될까? 라는 생각은 항상 따라 붙는거 같습니다. 많은 대화를 통해서 함께 하는 분들이 원하는지를 물어봐야 합니다. (제가 실제로 안해서 이런 걱정을 많이 얘기합니다)
2. 그럼에도 협동조합을 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 저희 협동조합 판도 끊임없이 내부의 조합원들과 싸우고 있습니다.
‘형 맘대로 할거면 뭐하러 협동조합해?’ ‘주식회사로 전환하자’ ‘이거 해서 뭐가 좋아?’ 등등
가만 생각해보면 저도 이런 생각들이 들때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왜 협동조합을 할까? 내가 다 책임질건데 내말좀 들어주면 안되나? 그런 생각들이 들다가도
주저주저 하는 저를 보면서 다시 한번 생각했습니다.
‘나는 그리고 우리는 왜 협동조합을 하는가?’
3. 협동조합의 장점이 그래서 있나?
- 협동조합은 위기의 순간에 강하다라고 하는 것을 이번 코로나 19 상황에서 절실하게 깨닫은거 같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의 업종이 다 다르기 때문에 체감은 다르시겠지만, 제가 일하고 있는 문화예술 분야는 외부적 만남을 원칙적으로 막았기 때문에 막심한 피해를 보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미래를 바라보기도 힘들었던 상황에서 버티기 모드로 들어가야 할지, 지금이라도 조합을 포기해야 할지 힘든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조합원들과의 회의를 통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힘을 얻었습니다. 모든 지출을 줄이기 위해 조합원들의 내일채움공제를 해지하고, 식비지원이 없어지고, 법인차를 팔 고민들을 시작하고, 더 악화되는 상황에서는 이사들의 월급까지줄이기로 결의를 하고..
눈물이 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5년만에 협동조합 하기 잘했다고 생각하는 순간이였습니다. 힘든 순간들을 함께 공유하고 짐을 나눠가지기로 해준 조합원들을 보면서 현재 맹렬히 코로나와 싸워나가면서 행사와 축제들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4. 협동조합이 아직도 좋나?
- 사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잘 모르겟습니다. 다른 선배님들은 협동조합은 잘됬을때까 더 위험하다고 하셨는데 그건 잘되고 나서 고민해보려고 합니다. 그정도 고민을 하게 되는 상황이 오면 괴롭겠지만 또 기쁠거 같기도 합니다.
- 많은 분들한테 협동조합을 추천하지는 않지만 이 힘든길을 그대로 가겠다는 분들이 계시면 항상 이런 얘기를 합니다.
우리 조합의 성격과 함께 할 조합원들이 협동할 수 있으면 하시라고..
조합원들이 원하는 방향을 함께 논의하고 연대하고 해결해 나갈 힘이 있으면 협동조합은 해볼만 한거 같습니다.
- 그리고 유연함을 추구하는 조직도 협동조합 해볼만 할 거 같습니다. 조합원들의 니즈로 인해 움직이는 협동조합 만큼 유연한 조직이 있을까 싶습니다.
물론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많은 마찰은 있을수 있으나, 사업단체가 이러한 파격적인 유연함을 가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확 바뀔수 있는 힘이 있고,협동조합은 속도는 느려도 단단하게 그리고 ‘잘’ 갈수 있습니다.
내가 행복하고 함께 하는 우리가 행복하고 그로 인해 이 도시가 행복하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협동조합을 통해서는 해볼 만 할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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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이 공감합니다.
mc기동이 / 도란 / jay / 람시 / 단디
“발제문 말고 고민 공유”라는 문구를 보니 왠지 넘 반갑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