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사장 교체 후 북한 관련 보도 증가했다?
- Author: 바다Bada
- Created by: 2024.08.0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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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과 관련해 공익제보자의 녹취록이 공개되며 새로운 사실이 하나씩 공개되고 있습니다. 반면 KBS는 방송사 중 유일하게 채 해병 특검법 입법 청문회를 생중계하지 않아 논란의 대상이 됐는데요.
김민하 평론가는 7월 11일 시사인 ‘김은지의 뉴스인’에 출연해 KBS 보도에 대해 “(KBS 사장 교체 후) 9시 뉴스를 보면 대한민국 뉴스인지, 북한 뉴스인지 모르겠다”, “주로 북한 뉴스이거나, 북한이 뭐만 하면 다섯 꼭지, 여섯 꼭지씩 하면서 채 상병 사건 등 주요 보도는 다루지 않거나 아주 조금, 뒤 순서에서 다룬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시민팩트체커 그룹 K.F.C.는 김 평론가의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2023년 11월 13일 KBS 박민 사장 취임 전후 8개월의 보도를 비교했습니다. 북한 관련 보도는 ‘북한’, ‘대북’ 등 북한 관련 키워드 5개와 ‘김정은’, ‘김여정’ 등 북한의 주요 인사 이름이 제목에 포함된 경우로 한정지었습니다. 다만,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대북송금’ 관련 보도는 직접적인 북한 관련 보도가 아니라고 판단해 관련 보도에서 제외했습니다.
KBS 박민 사장 취임 후 북한 관련 보도 2배 증가
가장 먼저 KBS의 북한 관련 보도 수를 확인했습니다. 박민 사장 취임 전 8개월의 경우 북한 관련 보도가 156건이었는데요. 단순 계산을 해보면 한 달에 약 20건씩 보도가 있었던 셈입니다. 반면 박민 사장 취임 후 북한 관련 보도는 327건으로 취임 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단순 수치로만 보면 박 사장 취임 후 하루에 한 건 이상 북한 관련 보도가 있었던 셈입니다.
전체 보도 중 북한 보도의 비중을 분석해봐도 유사한 경향이 보였습니다. 박민 사장 취임 전 8개월의 경우 전체 보도 중 북한 보도가 약 3.29%였던 반면 취임 후 8개월엔 5.96%로 증가했습니다.
방송사 저녁종합뉴스는 이른바 ‘톱보도’를 통해 어떤 사안을 중요하게 다뤘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데요. KBS가 북한 관련 보도를 얼마나 중요하게 다뤘는지 확인하기 위해 북한 관련 보도가 톱보도로 다뤄진 날도 비교해봤습니다. 확인결과 박민 사장 취임 전 8개월간 KBS는 13건의 북한 관련 보도를 톱보도로 다뤘는데요. 박 사장 취임 후 8개월 간 20건의 보도가 톱 보도로 다뤄져 취임 전에 비해 증가했습니다.
KBS 북한 관련 보도 박민 사장 취임 후 31% 더 앞으로 배치
보다 면밀한 분석을 위해 KBS의 전체 보도 중 북한 관련 보도가 얼마나 중요하게 다뤄졌는지도 확인했습니다. 북한 관련 보도의 순서를 확인하고, 전체 기사수로 나눠 보도의 중요도를 수치화하는 방식입니다. 분석 시 스포츠 뉴스는 전체 기사 수에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분석 결과를 읽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예를 들어 북한 관련 보도가 첫 번째로 다뤄지고, 전체 기사가 10건이라면 0.1점으로 계산됩니다. 반대로 다섯 번째로 다뤄졌다면 0.5점으로 계산됩니다. 즉, 수치가 0에 가까울수록 중요도가 높아집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KBS의 북한 관련 보도 중요도를 분석해본 결과 박민 사장 취임 전 8개월은 북한 관련 보도 중요도가 0.51점이었습니다. 반면 박민 사장 취임 후 8개월은 중요도가 0.39점으로 확인됐습니다. 박 사장 취임 후 북한 관련 보도가 양적으로도 늘어났고, 질적으로도 더 중요하게 앞 순서에 배치됐음을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보도의 중요도를 시각화한 자료를 보면 보다 직관적으로 보도 현황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박민 사장 취임 전 KBS의 북한 관련 보도를 보면 보도가 0부터 1까지 고르게 분포되어 있습니다. 보도 순서가 앞, 뒤로 고르게 배치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반면 취임 후 보도는 2023년 11월부터 2024년 2월, 2024년 6~7월 0에 가까운 위쪽에 몰려 있음이 확인됩니다. 북한 관련 보도가 앞쪽에 집중적으로 배치된 결과입니다.
통계를 정리해보면 박민 사장 취임 후 KBS는 북한 관련 보도가 2배 이상 증가했고, 가장 중요한 보도인 톱 보도로 북한 관련 보도를 배치한 경우도 늘어났습니다. 보도의 중요도를 수치로 환산해 확인했을 때에도 박 사장 취임 후 북한 관련 보도의 중요도가 약 31% 높아졌음이 확인됩니다. 김민하 평론가의 발언은 수치상으로 사실이었습니다.
KBS ‘나 홀로 북한 톱 보도’ 5번 중 4번이 박민 사장 취임 후
김민하 평론가는 KBS가 타 중요 의제를 다루지 않고, 북한 관련 보도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는데요.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 KBS가 북한 관련 보도를 톱 보도로 배치한 날 다른 방송사는 어떤 보도를 톱 보도로 다뤘는지도 확인했습니다.
KBS와 함께 6개 방송사(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의 저녁종합뉴스를 확인한 결과 KBS만 북한 관련 톱 보도를 진행한 경우가 5회 존재했습니다. 이 중 4회가 박민 사장 취임 후였습니다.
예시로 살펴보면 KBS가 타 방송사와 중요 의제를 선정하는 기준이 달랐음이 확인되기도 하는데요. 박민 사장 취임일이었던 2023년 11월 13일 KBS는 ‘대북 ‘맞춤형 억제전략’ 10년 만에 개정…조기경보위성 정보 공유’를 톱 보도로 다뤘는데요.
당일 MBC, SBS, JTBC는 ‘"주 52시간 유지"‥주 69시간에서 물러났지만 우려는 여전’ 등의 보도를 통해 정부의 주69시간제 정책 철회를 다뤘습니다. TV조선, 채널A, MBN도 톱 보도엔 다른 소식을 전했습니다.
비슷한 상황은 2023년 11월 19일에도 있었습니다. 이 날은 정부24가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후 사흘 만에 복구된 시점이었는데요. MBC, SBS, TV조선이 이 소식을 톱 보도로 전했고, JTBC, 채널A, MBN은 ‘이스라엘-하마스 '휴전 합의 근접'…미 백악관은 "계속 노력 중"’ 등의 보도를 통해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해결 가능성을 다뤘습니다.
반면 KBS는 ‘북한 정찰위성 발사 사실상 임박…신원식 “발사 시 9.19 합의 효력정지 논의”’를 톱 보도로 배치하며 9.19 군사 합의 효력정지를 언급한 신원식 국방부 장관의 발언을 전달했습니다.
‘KBS 사장 교체 후 북한 관련 보도 증가했다?’... 사실
박민 사장 취임 전후 8개월간의 보도를 분석해보면 북한 관련 보도가 2배 이상 증가했음이 확인됩니다. 또한, 박 사장 취임 후 톱 보도에서 북한 관련 보도가 늘었음이 확인됩니다. KBS가 북한 관련 보도를 톱 보도로 선정한 당일 타 방송국에서는 다른 의제를 선정해 보도한 경우가 존재했습니다.
북한 관련 보도 통계, 톱 보도 여부, 보도 내용 분석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KBS 사장 교체 후 북한 관련 보도 증가했다?’는 김민하 평론가의 주장은 사실로 판정합니다.
다만 북한 관련 사건에 박민 사장 취임 이후 다수 발생했다는 점도 사실이었습니다. 구글 트렌드를 통해 분석기간 동안 ‘북한’ 키워드의 검색량을 확인해본 결과 2023년 11월 박민 사장 취임 이후 검색량이 증가했다는 점이 확인됩니다. 보도량 분석을 확인할 때 유의하며 함께 살펴볼 지점입니다.
*이 결과물은 시민 협업 팩트체크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K.F.C.(Korean Factcheckers’ Community)의 김재경, 바다, 정기훈, 수호 시민팩트체커의 협업으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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