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 노인 취업자 수, OECD 기준 적용하면 100만 명 줄어든다?
- 작성자: 바다Bada
- 작성일: 2024.01.22. 12:00
- 조회수: 56
취업률과 취업자 수는 한 국가의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인데요. 지난해 11월 말 동아일보는 사설을 통해 청년, 노인층의 고용의 질 악화가 심각하다며 정부의 대응을 촉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동아일보는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실의 자료를 활용해 실질 취업자 수가 정부의 통계와 큰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계산 근거는 “실제 근로시간을 반영한 고용 현황을 보여줄 수 있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공식 통계로 쓰고 있”다는 전일제 환산(FTE) 방식이었습니다. 시민팩트체커 그룹 K.F.C.는 동아일보의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했습니다.
FTE(full-time equivalent) 방식은 무엇인가요?
우선 언론이나 정부 기관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공식 통계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라고 말하는 전일제 환산 방식(FTE)이 무엇인지부터 알아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고용 지표를 측정하는 방법으로는 머릿수 세기(Head Count, HC) 방식과 전일제 환산(Full-Time Equivalent, FTE) 방식이 사용됩니다. HC 방식은 노동시간과 상관없이 노동하기만 했다면 취업자 1명으로 계산합니다. 반면에 FTE 방식은 전일제 노동자의 평균 노동 시간만큼 일해야 취업자 1명으로 봅니다.
주 40시간 노동을 한 사람과 주 20시간 노동을 한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HC 방식에서는 단순 취업자 수를 계산하기 때문에 취업자 수를 2명으로 봅니다. FTE 방식에선 다른 결과가 나옵니다. 만약 전일제 평균 노동 시간을 40시간으로 본다면, 주 40시간 노동자는 1명으로, 주 20시간 노동자는 0.5명으로 계산해 취업자 수는 1.5명이 됩니다. FTE 방식을 적용하면 초단기 노동에도 가중치가 부여됩니다. 이는 단기 노동 증가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HC 방식과도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OECD에서도 FTE 고용률 통계는 국가별로 노동시간과 시간제 비중 등이 서로 다른 상황을 고려하기 위한 보조지표로써 활용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Full-time equivalent employment rate by sex 통계 자료를 보면 OECD는 현재 국가별 남녀 고용률을 FTE 방식을 활용해 발표하고 있습니다.
FTE 방식은 어떻게 계산하나요?
OECD 등 다양한 단위에서 FTE 방식을 활용하고 있지만 정해진 공식이 있는 건 아닙니다. 각 국가의 고령화 정도, 교육 수준별 남녀 임금 격차 등을 세밀하게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활용 목적에 따라 방식도 다양해질 수 있습니다. OECD 통계 용어집 220페이지에서도 FTE를 설명할 때 구체적인 값을 정해놓기보다 총 근무 시간을 전일제 근무에서 일한 평균 연간 시간으로 나눈 것으로만 정의하고 있습니다.
“Full-time equivalent employment: Full-time equivalent employment is the number of full-time equivalent jobs, defined as total hours worked divided by average annual hours worked in full-time jobs.” - OECD Glossary of Statistical Terms
한국에서는 FTE(full-time equivalent)를 ‘전일제 환산 방식’이라고 말합니다. 전일제로 환산한다는 말의 의미가 무엇일까요? 전일제는 정규직 노동자의 소정노동시간(휴게시간을 제외하고 업무의 시작 시각부터 종료 시각까지의 노동시간)과 동일한 시간 동안 근무하도록 정해진 노동 형태를 가리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장 일반적인 ‘9 to 6’ 근무가 전일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하루에 8시간을 일하지는 않습니다. 단시간 아르바이트, 플랫폼 노동, 비정규직 등 현실에는 다양한 노동 형태가 존재합니다. FTE는 바로 이런 다양한 형태의 노동을 전일제 방식으로 환산해 보자는 취지에서 출발했습니다. 따라서 K.F.C.는 ‘FTE 취업자 수’를 구하는 계산식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습니다.
FTE 취업자 수 = 취업자 수 × 주당 평균 노동시간 ÷ 40시간
계산식을 간단하게 설명하면 한 주 동안 모든 노동자의 일한 시간을 다 더한 값에서 대한민국 근로기준법상 1주간의 노동시간(1일 8시간 노동을 할 경우 휴일을 제외하고 총 40시간)을 나누는 방식입니다. 뉴스1 등 일부 국내 언론이 보도에서 FTE 고용률을 자체적으로 산출하며 활용한 방식과 유사한 방식입니다.
FTE 취업자 수 계산에 필요한 자료 찾기
계산 방식을 살펴봤으니 다시 동아일보 보도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동아일보는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실 자료를 활용해 2023년 10월 기준 취업자 수 통계를 다뤘는데요. 청년(15~29세)과 노인(65세 이상)의 경우 정부가 사용하고 있는 머릿수 세기(HC) 방식을 전일제 환산(FTE) 방식으로 전환하면 취업자 수가 100만 명가량 감소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실일까요?
확인을 위해서 직접 원본 데이터를 바탕으로 취업자 수를 계산해 해당 내용을 검증하기로 했습니다. 원본 데이터는 동아일보와 유경준 의원실에서 출처로 기재한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 홈페이지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마이크로데이터 홈페이지의 ‘다운로드 서비스’를 이용해 경제활동인구조사 원본 데이터를 엑셀 파일로 다운로드 받았습니다.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 홈페이지의 다운로드 서비스에선 필요한 항목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번 검증에서 FTE 취업자 수 계산에 필요한 항목은 ‘조사연월’, ‘현재일관련사항_총실제취업시간수’, ‘만연령’, ‘취업자 수’ 이렇게 네 가지입니다. 네 가지 항목 중 ‘조사연월’과 ‘만 연령’은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 홈페이지의 선택항목에서 바로 찾을 수 있었습니다. ‘현재일관련사항_총실제취업시간수’는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경제활동인구조사 조사표의 ‘평소 1주 동안 총 몇 시간 일합니까?’라고 묻는 문항의 답변과 일치해 이를 활용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취업자 수’는 통계청에서 매월 발표하는 경제활동인구조사 보도자료의 ‘연령계층별 취업자 및 고용률’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계산에 필요한 수치를 모두 확보했네요. 이제부터 계산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 확인해 보시죠.
청년과 노인 취업자 수, FTE 방식으로 계산하면 100만 명 줄어든다?
동아일보는 “지난달 60세 이상 고령층 취업자는 579만 명으로 통계청 발표보다 73만 명 감소했다. 15∼29세 청년 취업자 또한 27만 명 줄었다”라고 설명했는데요. 동아일보가 활용한 통계는 1년 중 10월 한 달 치 자료였습니다.
검증을 위해선 1년 단위 통계 자료 중 10월분을 분리해야 합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다운로드받은 데이터에서 ‘조사연월’을 정리해 10월 자료를 추출하면 됩니다. 마찬가지로 ‘만연령’에선 동아일보와 같이 29세 이하, 65세 이상으로 분류했고, 연령대별 ‘현재일관련사항_총실제취업시간수’의 평균을 계산하여 주당 평균 노동시간을 구했습니다.
이제 데이터를 한곳에 모아놓고 검증을 위해 전일제 환산(FTE) 방식으로 취업자 수를 계산할 때입니다. 앞서 정리한 계산 방식과 데이터를 활용해 연령대별 2019~2023년 10월 FTE 취업자 수를 정리했는데요.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 29세 이하
연월 | HC 취업자 수 | 평균 노동시간 | FTE 취업자 수 |
2019.10 | 3,998,000 | 38.2062 | 3,818,710 |
2020.10 | 3,748,000 | 37.9000 | 3,551,230 |
2021.10 | 3,927,000 | 35.3313 | 3,468,650 |
2022.10 | 3,948,000 | 33.6733 | 3,323,555 |
2023.10 | 3,866,000 | 37.2567 | 3,600,860 |
- 60세 이상
연월 | HC 취업자 수 | 평균 노동시간 | FTE 취업자 수 |
2019.10 | 4,996,000 | 36.4940 | 4,558,101 |
2020.10 | 5,371,000 | 35.7288 | 4,797,485 |
2021.10 | 5,723,000 | 34.1205 | 4,881,791 |
2022.10 | 6,182,000 | 32.9876 | 5,098,234 |
2023.10 | 6,518,000 | 34.5550 | 5,630,737 |
통계가 정리됐으니, 동아일보의 계산과 비교해 보시죠. 다만 아쉽게도 동아일보가 활용한 데이터와 정확한 비교는 불가능했습니다. 앞서 정리한 것처럼 FTE 취업자 수를 산출하는 공식은 한 가지로 명확히 정의되지 않습니다. 동아일보가 활용한 데이터가 어떤 계산식으로 나온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번 검증에선 동아일보가 제시한 값과의 직접 비교 대신 전반적인 경향성의 일치 여부를 확인하는 것으로 팩트체크의 방향을 잡았습니다.
동아일보가 활용한 통계와 비교하기 위해 FTE 취업자 수에서 HC 취업자 수를 빼서 증감 폭을 확인했습니다. 직접 계산해 보니 2023년 10월 기준 FTE 방식으로 환산할 경우,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약 88만 7천 명, 15~29세 취업자 수는 26만 5천 명이 줄었습니다. 29세 이하 취업자 수의 감소 폭은 동아일보의 계산과 큰 차이가 없었으나, 60세 이상의 경우 16만 명 규모의 차이를 보였습니다.
FTE 취업자 수 – HC 취업자 수 | K.F.C. | 동아일보 |
29세 이하 | -265 | -270 |
60세 이상 | -887 | -727 |
총합 | -1,152 | -997 |
(단위 : 천 명, 백의 자리 반올림)
동아일보가 그래프를 활용해 구체적으로 제시한 2017년, 2019년, 2021년, 2023년 60대 이상 FTE 취업자 수도 확인해 봤습니다. 확인 결과 동아일보가 활용한 통계와 K.F.C.가 계산한 취업자 수가 5~16만 명 정도의 차이를 보였는데요. 전반적인 경향에서는 비슷한 그래프가 그려졌습니다.
60대 이상 FTE취업자 수 | 2017년 | 2019년 | 2021년 | 2023년 |
동아일보 | 4,317 | 4,657 | 4,933 | 5,791 |
K.F.C. | 4,214 | 4,558 | 4,882 | 5,631 |
차이 | 103 | 90 | 50 | 160 |
(단위 : 천 명, 백의 자리 반올림)
정리해 보자면 동아일보가 활용한 통계와 계산 결과는 완벽하게 일치하진 않았지만, 비슷한 경향을 보였습니다. 계산 결과를 비교했을 때 20대와 60대 이상 취업자가 정부 발표보다 100만 명 줄어들었다는 동아일보의 주장은 대체로 사실이었습니다.
FTE 취업자가 적으면 고용의 질이 악화한 걸까?
사실 여부 확인과 함께 따져볼 지점이 남아있습니다. 동아일보는 20대와 60대의 FTE 취업자가 정부 발표 취업자보다 크게 적다고 강조하며, 이는 ”그만큼 한국의 청년과 노인들이 질 낮은 단기 일자리로 내몰리고 있다는 뜻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일반적으로 40시간 미만을 일하는 시간제 일자리의 비중이 클수록 FTE 취업자 수는 적어집니다. 따라서 청년층과 고령층의 FTE 취업자 수가 정부 발표치보다 크게 적다는 사실이 고용의 불안정을 보여준다고 지적한 것입니다. 이어서 “정부는 청년·노인의 취업난과 고용지표가 따로 노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비판했는데요. 정말 그렇게 볼 수 있는 걸까요?
통계 자료의 해석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통계의 의미를 지나치게 단순화해 해석하기보단, 통계를 둘러싼 다양한 견해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K.F.C.는 통계 자료를 입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고용정책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장인성 선임연구위원은 “전일제 환산과 머릿수 세기는 각각의 용도가 다르다”며 “전일제 환산은 보통 전체 노동투입량의 변화를 보기 위한 것”인 반면 “머릿수 세기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노동에 참여하는지를 보기 위한 것”이라 설명했습니다. 이어서 “전일제 환산 고용률과 일반 고용률의 괴리가 과연 고용의 질 하락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그 자체로는 판단할 수 없”고 “단시간 근로의 동기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자발적 단시간 근로가 있고, 비자발적 단시간 근로(더 일하기를 원하는데 일이 없어서 단시간 일하는 경우)가 있”는데 “만약 후자가 늘어난다면 고용의 질 악화를 의미하”는 것이라 설명했습니다.
동 연구원의 성재민 선임연구위원은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20대와 은퇴한 60세 이상의 경우 “연령대 특성상 학업 병행, 은퇴 후 소득 보충 정도면 되는 경우가 많”아 “전일제 노동 욕구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 낮고 시간제로만 일하려는 성향이 강한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서 “취업은 곧 필요한 만큼의 소득을 벌기 위함”인 만큼 “각자 필요한 만큼 근로 시간을 투입해서 필요한 만큼의 소득을 벌 수 있으면 된다는 일반적 용도의 관점에서 보면 시간제 일자리가 이들 연령대에서 많이 늘었다고 문제라고 얘기하긴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FTE 방식이 머릿수 세기 방식보다 현실을 잘 반영하는 지표인지를 묻자 “머릿수 세기가 총노동투입 측정에선 아쉬움이 있으나 소득이 필요한 사람들이 저마다의 크기의 일자리를 얻고 있는지 파악하는 데에서는 현실을 보여주는 통계”라 답했습니다.
실제로 K.F.C.에서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분석해 본 결과, 지난해 8월 기준으로 시간제 노동자 중 29세 이하의 89.0%, 60세 이상의 77.4%가 자발적으로 시간제 노동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청년층과 고령층의 시간제 노동자 대부분이 전일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원해서 시간제 일자리를 선택했음을 보여줍니다. 청년과 노인이 안정적인 전일제 일자리 대신 취약한 시간제 일자리를 선택해야 하는 취업난에 처해있다는 기사의 해석에 반대되는 자료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FTE 취업자 수와 통계청 발표 취업자 수 사이의 괴리가 청년, 노인 세대의 취업 위기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통계 자료를 섣불리 해석하는 대신, 통계를 둘러싼 맥락을 충분히 이해하고 다양한 해석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습관입니다.
*본 검증에 활용한 ‘2019~2023년 10월 FTE 취업자수’ 통계는 여기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 결과물은 시민 협업 팩트체크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K.F.C.(Korean Factcheckers’ Community)의 수호, yerin, 동글 시민팩트체커의 협업으로 작성됐습니다.
***이 결과물을 비롯해 더 많은 검증 결과물은 K.F.C.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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