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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최저임금보다 실업급여를 더 많이 받는다?

  • Author: mango
  • Created by: 2023.11.10. 16:57
  • Views: 333

지난 7월 12일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는 ‘실업급여 제도개선’ 공청회를 열었습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일하는 사람이 더 적게 받는 기형적인 현행 실업급여 구조는 바뀌어야 한다"라며 "실업급여가 악용돼 달콤한 보너스란 뜻의 '시럽급여'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국민의힘에서 실업급여 축소 주장이 등장하자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언론 보도도 이어졌는데요. 한국경제 ‘"최저임금보다 실업급여 더 많이 받는데 '편돌이' 왜 하나요?"’ 등의 보도는 지난 10월 11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우리나라 실업급여 제도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를 인용해 “최저임금보다 실업급여를 더 많이 받는다”, “OECD 주요국에 비해 근로자가 충족해야 할 기준기간과 기여기간이 짧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시민팩트체커 그룹 K.F.C.는 한국경제의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해봤습니다. 

 

세전 최저임금 201만 원, 세후 최저임금 179만 원?

한국경제의 보도는 줄곧 한국경영자총협회의 보고서를 이용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검증에선 한국경영자총협회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검증을 진행했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보고서는 아래 그림과 계산방식을 내세우며 구직급여의 하한액이 세후 최저임금보다 높다고 주장했습니다.

 

출처: 한국경영자총협회 ‘우리나라 실업급여 제도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에 나와있는 숫자가 맞는지부터 확인해보시죠. 최저임금위원회가 2022년 결정한 2023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9,620원인데요. 주휴수당을 포함해 한 달 단위로 환산하면 2,010,580원이 됩니다. 보고서에 언급된 세금을 제외한 단순 최저임금 액수와 일치합니다.

세후 최저임금은 어떨까요? 한국경영자총협회의 보고서에 적혀있는 조건으로 4대사회보험료 모의계산을 활용해 확인해봤는데요. 4대보험 공제 금액과 거의 일치했습니다. 

근로소득세와 지방소득세 공제 금액은 국세청 홈택스에 따른 공제 금액과 일치했습니다. 한국경제가 전달한 한국경영자총협회의 보고서의 세전, 세후 최저임금과 공제금액은 ‘사실’입니다.

 

 

구직급여 184만 원이 세후 최저임금보다 높다?

마지막으로 보고서의 ‘구직급여’도 따져봤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저임금 노동자의 한달치 (30일치) 실업급여를 184만 원이라 밝혔습니다. 같은 내용은 고용노동부의 공식 블로그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는데요. 이 ‘184만 원’은 어떻게 계산된 걸까요?

출처: 고용노동부 공식 블로그

고용보험 홈페이지의 실업급여 계산 원칙을 보면 실업급여 1일 수급액은 ‘퇴직 전 3개월 간의 1일 평균급여의 60%’가 원칙입니다. 단, 이 금액이 시간당 9,620원으로 8시간 일했을때 받게되는 ‘최저임금일액’의 80% 보다 낮다면 ‘최저임금일액’의 80%인 61,568원으로 하루치 실업급여를 계산하게 됩니다. 이게 한국경영자총협회 보고서에 등장하는 ‘구직급여(하한액)’ 계산의 배경입니다.

계산이 복잡하죠? 예시를 같이 확인해봅시다. 시간당 최저임금 9,620원, 하루 8시간, 주 5일, 10개월 노동 후 계약이 종료되는 노동자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이 노동자의 퇴직 전 3개월 간의 1일 평균급여는 76,960원입니다. 원칙대로라면 실업급여 1일 수급액은 60%인 46,176원이 됩니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것처럼 이 노동자는 시간당 최저임금에 8시간을 곱한 ‘최저임금일액’의 80%보다 실업급여 수급액이 낮죠. 그래서 이 노동자의 실업급여 1일 수급액은 2023년 ‘최저임금일액’ 76,960원의 80%인 61,568원이 됩니다. 

30일치로 환산하면 1,847,040원이 되겠죠. 정리하면 한국경영자총협회 보고서와 고용노동부가 제시한 실업급여 수치도 사실입니다. 단순 액수만 비교해보면 한국경영자총협회의 보고서처럼 실업급여 하한액이 세후 최저임금보다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모든 경우에서 실업급여가 세후 최저임금보다 높은 걸까요? 

그래서 한국경영자총협회 보고서에서 언급되지 않은 경우가 있는지 찾아봤습니다. 계산에 앞서, 초단시간 근로자에 대한 실업급여 규정이 따로 있어 살펴봤습니다. 하루 4시간 미만 일한 노동자의 경우, 실업급여 계산시 무조건 4시간의 소정근로시간으로 계산하게 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아래 이미지는 내용을 반영해 최저임금 기준 하루  1 ~ 8시간 일하는 경우를 계산했습니다. (주휴수당은 한달에 4주 즉, 4번 발생한다고 가정했습니다. 한달 일하는 날짜는 최대 23일로 가정했습니다. 세부 계산 내용 클릭

하루 노동시간

세후 급여

실업급여

1

191,470원

923,520원

2

400,970원

923,520원

3

706,010원

923,520원

4

941,360원

923,520원

5

1,171,600원

1,154,400원

6

1,401,060원

1,385,280원

7

1,630,460원

1,616,160원

8

1,858,730원

1,847,040원

한국경영자총협회 기준 8시간

1,799,820원

1,847,040원

 

하루 1 ~ 3시간 주 5일 한달 23일 일하는 노동자가 실업급여 수급 요건에 충족해 수급하는 경우 실업급여액은 최저임금(세후)보다 높습니다. 반면, 하루 4 ~ 8시간 주 5일 한달 23일 일하는 노동자의 실업급여는 최저임금(세후)보다 낮습니다. 단, 경총과 고용노동부가 제시한 한 달 209시간(주휴수당 포함한 노동 시간) 기준의 급여를 받는 노동자의 실업급여는 최저임금(세후)보다 높습니다. 실업급여가 최저임금(세후) 수령액보다 높은 경우도 존재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존재하게 됩니다. 즉, 검증문을 절반의 사실로 판정합니다.

최저임금 이상 받는 노동자가 실업급여를 받게 되는 경우는 어떨까요? 예를 들어 시간당 12,000원 받는 노동자가 월209시간(주휴수당 포함한 시간)기준 일하면 한 달 세후 급여는 2,233,130원이 됩니다. 이 노동자가 실업급여 상한액인 66,000원/1일 받게 된다면, 한달 실업급여 수급액은 1,980,000원이 됩니다. 즉, 최저임금 이상 받는 노동자의 경우 세후 급여가 실업급여 보다 높은 상황이 발생합니다.

그렇다면, 초단시간 노동자가 높은 시간당 임금을 받게 되는 경우는 어떨까요? 초단시간 근로자의 실업급여가 세후임금보다 적게 산정되기 위해선 초단시간 노동자의 시간당 임금이 45,000원 정도 되어야 합니다. 하루 1시간 주 5일 한달 23일을 시간당 45,000원 받고 일하는 경우 한 달 급여는 세후 937,740원 입니다. 실업급여는 하한액과 최저시간 4시간 규정 적용에 따라 923,520원이 됩니다.

시간당 45,000원 받는 초단시간 노동자의 세후 월급이 실업급여보다 소폭 높게 나옵니다. 반대로 말하면 초단시간 노동자의 경우 시간당 임금이 엄청나게 높아야 실업급여 역전현상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즉, 이보다 적은 시간당 임금을 받는 초단시간 근로자의 실업급여 역전현상은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봐야합니다.

 

실업급여 수급 위해 충족해야 할 기준기간과 기여기간이 일본, 독일보다 짧다?

다음으로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근로자가 충족해야 할 기준기간과 기여기간이 일본, 독일보다 짧다”는 주장을 확인해봤습니다. 이번 검증에선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제시한 OECD의 ‘Benefits and wages’, ‘TaxBEN-Korea-latest’를 활용했습니다. 보고서에 언급된 한국, 일본, 독일의 실업급여 기준기간과 기여기간은 아래와 같습니다.

<한국>

출처: OECD, Benefits and wages, TaxBEN-Korea-latest / TaxBEN-Korea-latest.pdf (oecd.org)

<일본>

 

 

 

 

 

출처: TaxBEN-Japan_2022.pdf (oecd.org)

<독일>

출처: TaxBEN-Germany-latest.pdf (oecd.org)

OECD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근로자는 퇴사 전 ‘18개월 중 180일’을 근무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근로자는 ‘2년 중 12개월’을 일해야 실업급여를 수령할 수 있습니다. 독일도 일본과 마찬가지입니다. ‘30개월 중 12개월’을 근무해야 실업급여 수령이 가능합니다. 좀 더 보기 쉽게 아래 ‘구직급여 기준기간 및 기여기간 비교’ 표로 정리했습니다.

<구직급여 기준기간 및 기여기간 비교>

 

한국

일본

독일

기준기간

18개월

2년

30개월

기여기간

180일

12개월

12개월

 

정리하면 일본, 독일 모두 기준기간과 기여기간이 한국보다 깁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보고서와 한국경제 보도는 문장만 놓고 보면 ‘사실’입니다.

 

해고를 당해야만 받을 수 있는 한국의 실업급여

다만, 기준기간과 기여기간을 충족한다고 해서 누구나 실업급여를 수령할 수는 없습니다. 다른 수급 요건들이 있기 때문인데요. ‘이직사유’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동일한 대상으로 이직사유 기준을 비교해봤습니다. 이번 검증에서는 한국 고용보험 홈페이지, 관련 논문(독일 사례일본 사례)를 활용했습니다.

한국의 경우 ‘비자발적' 사유로 퇴사한 근로자에 한해 실업급여 수령이 가능합니다. 극히 예외적인 사정이 아니라면 제발로 회사를 그만둔 사람에게는 실업급여를 지급하지 않습니다람에게는 실업급여를 지급하지 않습니다. 

출처: 고용보험 홈페이지 ‘구직급여의 수급 요건’

일본의 경우 퇴사 후 3개월을 유예기간으로 두는 조건 하에 ‘자발적 퇴사자'도 실업급여를 수령할 수 있습니다. 

출처: https://jsite.mhlw.go.jp/aichi-foreigner/var/rev0/0110/3895/2013819175422.pdf

독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발적 퇴사자'는 퇴사 후 대기기간 3개월을 거친 뒤 실업급여 수령이 가능합니다.

출처: 비임금노동자 실업보장체제 비교사례분석: 핀란드, 스페인, 독일, 한국을 중심으로-김규혜

정리하면 실업급여 수급 요건 중 ‘이직 사유'의 경우, 한국은 일본과 독일보다 까다로운 자격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판정결과

기훈 : 정리하면, 초단시간 최저임금 노동자의 경우 세후 급여보다 실업급여 수령액이 더 많습니다. 반면, 하루 4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의 세후 급여는 실업 급여 보다 높습니다. 최저임금 노동자라도 노동시간에 따라, 실업급여 역전 현상이 다르게 나타납니다. 또한, 실업급여 역전 현상은 대체로 초단시간 노동자에게 발생합니다. 그러므로, 국민의힘과 한국경제 그리고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주장하는 ‘최저임금보다 실업급여를 더 많이 받는다’라는 주장은 절반의 사실로 판정합니다.

망고: 실업급여 수급요건 중 ‘기준기간과 기여기간'은 한국이 일본, 독일보다 짧은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다른 수급요건인 ‘이직 사유'의 경우, 한국은 일본과 독일보다 수급 자격을 충족하기가 까다롭습니다. 비자발적 퇴사자로 수급 자격을 한정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과 독일은 이직 사유로 자격 제한을 두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국경제가 인용한 "반복적인 구직급여 수령이 용이해 실업급여 제도의 비효율을 가중시킨다"는 경총 관계자의 주장은 관련 자료 및 논문을 살펴봤을 때 근거가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최저임금과 실업급여, 제도의 맥락을 함께 봐야

이번 팩트체크에선 한국경영자총협회의 보고서가 검증대상이 됐기 때문에 최저임금과 실업급여의 액수를 비교하는 검증을 진행했습니다. 검증과정 및 판정결과와 별개로 최저임금과 실업급여의 직접 비교가 타당한지는 의문입니다.

고용보험 홈페이지에선 실업급여를 “고용보험 가입 근로자가 실직하여 재취업 활동을 하는 기간에 소정의 급여를 지급함으로써 실업으로 인한 생계불안을 극복하고 생활의 안정을 도와주며 재취업의 기회를 지원해주는 제도”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위원회의 홈페이지에선 최저임금을 “최저임금제도란 국가가 노·사간의 임금결정과정에 개입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하고, 사용자에게 이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함으로써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는 제도”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에선 실업급여는 고용보험에 가입된 노동자가 일정 기간 노동을 지속하고, 비자발적 퇴사 후 조건에 해당할 때 수급할 수 있습니다. 통계청의 2023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 본문 18페이지를 보면 전체 노동자 중 고용보험에 가입된 노동자는 77%입니다. 정규직에 비해 사회보험 제도 혜택이 부실한 비정규직 노동자로 한정지을 경우 54.2%까지 줄어듭니다. 즉, 비정규직 노동자의 45.8%는 실업급여 제도의 대상조차 되지 못하는 셈입니다.

실업급여와 최저임금은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고, 실직기간 중 노동자의 생계불안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입니다. 또한 실업급여는 한국의 모든 노동자가 퇴직 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취지와 현실을 모두 살펴봤을 때 둘 중 어느 것이 더 높다는 이유만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이 적절한지 의문입니다.

 

 

*이 결과물은 시민 협업 팩트체크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K.F.C.(Korean Factcheckers’ Community)의  바다정기훈망고 시민팩트체커의 협업으로 작성됐습니다.

**이 결과물을 비롯해 더 많은 검증 결과물은 K.F.C.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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