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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 78%가 사회서비스 비용 차등화에 동의했다는 보건복지부 발표, 정말 사실일까요?

  • 작성자: 바다Bada
  • 작성일: 2023.05.30. 16:11
  • 조회수: 356

정부 부처는 이맘때쯤이면 업무계획을 발표합니다. 1년 동안 진행할 주요 사업을 모아서 소개하는 문서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대부분 각 부처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업이 담깁니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각 부처의 업무계획이 발표됐습니다. 발표된 자료를 다룬 언론 기사도 연이어 나왔는데요. 그중 보건복지부의 업무계획 발표를 다룬 경향신문의 기사가 눈에 띕니다. 제목은 ‘돈 더 내면 고품질 복지 서비스 받는 ‘차등화’ 추진··· 국민 80% “국가 책임 더 커야”’인데요. 주요 내용을 같이 보시죠. 

 

정부가 올해부터 보육과 노인·장애인 돌봄 등 사회서비스 영역에서 더 많은 돈을 낸 이용자가 더 좋은 서비스를 받는 ‘차등화’ 방안을 본격 추진한다.
9일 보건복지부는 윤석열 대통령에 보고한 ‘2023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에서 사회서비스를 이용할 때 본인부담금을 차등화하고 가격탄력제를 도입하는 ‘사회서비스 고도화 방안’을 오는 3월까지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서비스 제공기관이 품질에 따라 가격 또한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쉽게 말하면 돈을 더 내면 더 좋은 복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는 겁니다. (여기까지 읽었을 때 저는 이미 한 차례 충격을 받았지만) 정부 부처는 업무를 추진할 때 근거를 바탕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근거가 무엇인지 확인했습니다. 같은 기사에는 이런 설명이 나와 있습니다. 

 

복지부는 사회서비스 차등화에 동의하는 여론이 대부분이라며 ‘2021년 사회서비스 수요 실태조사’ 결과를 제시했다. 복지부가 지난달 20일 공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중 78.7%가 사회서비스 이용료를 소득수준에 따라 차등적으로 부담하는 것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 기사만 읽는다면 ‘보건복지부가 다수의 이용자가 동의했기 때문에 부담 비용에 따라 서비스의 질이 달라지는 차등화 정책을 추진한다’고 이해됩니다. 그래서 기사처럼 보건복지부가 발표가 이런 내용을 담고 있는지, 보건복지부가 인용한 근거가 존재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사실인지 같이 확인해보시죠.

 

보건복지부는 어떤 발표를 했나?

언론 보도는 대부분 원자료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작성됩니다. 그래서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선 기사 내용이 아니라 출처가 되는 자료를 확인해야 하는데요. 이번 기사에서는 비교적 원자료가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어 찾기가 쉽습니다. 

우리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내용을 확인하기 위해서 기사에 나온 ‘2023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찾아야 합니다. 정부 부처는 대부분의 발표 자료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가장 쉬운 방법인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 접속해 보도자료 게시판을 확인하셔도 되고, 구글 검색의 ‘site’, ‘file’ 등을 활용해 찾으셔도 됩니다. 지금 바로 같이 찾아보시죠. 

찾아보셨나요? 저는 구글 검색을 활용했는데요. 보시는 것처럼 1월 9일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의 보도자료 게시판에 올라온 ‘미래 도약을 위한 튼실한 복지국가, 보건복지부가 국민과 동행하겠습니다’를 찾았습니다. 첨부파일에 있는 추진계획 파일을 열어보니 이런 내용이 발표됐네요.

 

“본인 부담 차등화, 가격탄력제 도입 등 가격 규제 개선”
*지원 대상 확대하면서 소득수준 고려해 정부지원액 및 본인부담금 차등
*서비스 품질에 따라 제공기관이 일정범위 안에서 탄력적 가격조정(시범사업, ‘23.하)

 

추진계획에는 경향신문 기사처럼 명확하게 고비용-고품질 형식의 설명은 없었습니다. 다만 “소득수준 고려해 정부지원액 및 본인부담금 차등”, “서비스 품질에 따라 제공기관이 일정범위 안에서 탄력적 가격조정이란 표현은 존재했죠. 경향신문이 왜 “더 많은 돈을 낸 이용자가 더 좋은 서비스를 받는” 정책이 추진된다고 표현했는지 이해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경향신문 보도의 원출처인 보건복지부 추진계획을 확인해보니 보도와 같은 해석을 할 수 있을 법한 내용이 담겨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닙니다. 차등화 추진 근거로 제시된 ‘2021년 사회서비스 수요 실태조사’도 확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보건복지부가 인용한 조사는 어떤 내용이 담겼나?

경향신문은 보건복지부가 차등화에 동의하는 여론이 대부분이라는 근거로 ‘2021년 사회서비스 수요 실태조사’를 제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우선 보고서 제목을 구글에 검색해보니 몇몇 기사들이 보입니다. 연합뉴스 ‘"사회서비스 이용자 중 78%는 비용 부담 차등화에 동의"’와 같은 내용을 전달한 여러 매체의 기사인데요. 작년 12월에 있었던 보건복지부의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된 기사들입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언론 보도가 아닌 원출처를 확인해야겠죠? 마찬가지로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서 검색을 통해 ‘사회서비스 비용 부담 차등화에 78.7% 동의’ 보도자료를 찾았습니다. 우리가 확인하고자 하는 내용이 짧게 등장하지만 앞서 살펴본 연합뉴스의 기사와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보건복지부 보도자료를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연구용역 주관 : 한국보건사회연구원(책임연구원: 안수란 사회서비스연구센터장)”

 

이 뜻은 해당 보고서가 정책연구 결과물이라는 점을 의미하는데요. 이 보고서뿐만 아니라 정책연구 보고서는 ‘프리즘’이라는 정책연구관리시스템을 통해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사실대로 말씀드리면 저는 연구 보고서 제목을 구글에서 검색해 다른 페이지를 확인하던 중 프리즘에 게시된 보고서를 찾았습니다. 어떤 방식이든 원문 보고서를 확보했다는 게 중요합니다. 

 

그럼 이제 보고서를 살펴볼 차례입니다. 시간이 많다면 보고서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는 게 좋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보건복지부의 근거가 사실인지 확인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니 여기에 집중해보겠습니다. 400 페이지가 넘는 보고서이기 때문에 필요한 내용만 확인하기 위해서 검색 기능을 활용해 핵심 키워드인 ‘차등’과 동의 여론이 다수라는 근거였던 수치 ‘78.7’를 찾아봤습니다. 

검색을 통해 확인한 결과 보고서 19 페이지 등에서 차등화 방안에 78.7%가 동의했다는 내용이 등장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보도자료의 근거로 제시한 연구 보고서가 존재하고, 해당 연구보고서에 나온 수치가 보도자료와 일치합니다. 

 

보건복지부 보도자료의 차등화 방안에 동의하는 비율이 78.7%였다는 내용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보고서에는 78.7%라는 숫자의 배경이 함께 등장합니다. 이제부터 가장 중요한 배경을 살펴볼 차례입니다.

 

복지 서비스 차등화에 동의하는 여론이 대부분이다?

길고 긴 여정의 끝이 이제 보이기 시작합니다. 앞서 우리가 살펴본 보고서는 조사를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당연히 조사 방식과 내용, 질문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78.7%라는 수치가 나온 배경도 조사 내용, 질문에 담겨있을 겁니다. 설문조사는 어떤 문항으로 구성됐는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65 페이지에 정리된 조사 내용을 보면 사회서비스 정책 인식을 다룬 F 설문지에 관련 항목이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가 찾던 배경을 확인해볼까요? 435 페이지에 나와 있는 설문지 내용을 보면 차등화 관련 질문은 아래와 같이 구성됐습니다. 

귀하께서는 사회서비스 이용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을 이용자(개인)의 소득수준에 따라 차등적으로 부담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즉, 동일한 사회서비스 이용에 대해 소득수준이 높은 이용자는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소득수준이 낮은 이용자는 상대적으로 덜 지불하는 방법입니다. 

 

여러분은 이 질문이 ‘더 많은 돈을 낸 이용자가 더 좋은 서비스를 받는 방안’을 설명했다고 느껴지시나요? 해석은 각자 달라질 수 있겠지만 ‘동일한 사회서비스의 비용을 소득수준에 비례해서 지불하도록 하는 방안을 설명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해 보입니다. 보고서 170 페이지를 보면 이 질문에 전체 응답자 중 71.1%가 ‘대체로 동의’, 7.6%가 ‘전적으로 동의’를 표했습니다. 

질문 내용까지 살펴보면 보건복지부 보도자료는 조사 보고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어 수치상으로는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숫자가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정책의 내용과 100% 일치한다고 보기는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복지 서비스 차등화에 동의하는 여론이 78%라는 주장은 해당 보고서를 바탕으로 따져봤을 때 절반의 사실 혹은 판단 불가에 가깝습니다.

 

공공재의 의미를 되짚으며 사회서비스 정책 구성해야

여기서부터는 이번 검증의 한계와 조금 더 따져봐야 할 부분,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이 검증에서는 공개된 보도자료, 보고서만을 자료로 활용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차등화 정책의 추진 방식과 목표를 정확하게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보건복지부의 방안이 3월까지 마련될 예정이라고 하니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혹시나 보건복지부 담당자께서 이 글을 보고 계신다면 이런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자세한 설명을 시민들에게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보고서에는 사회서비스 정책 인식 조사 결과를 정리하며 “사회서비스 정책 지원 대상에 대해 소득이나 자산에 무관하게 욕구나 필요가 있는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47.9%”, “사회서비스 이용에 따르는 비용 부담은 국가와 이용자가 분담하되 국가가 더 많이 부담해야 한다는 의견이 58.8%로 가장 많았음” 등의 내용이 함께 언급됐습니다. 지원 대상 확대와 정부 지원 강화 등 더 많이 내는 사람이 더 좋은 서비스를 받는 차등화 방안과는 일부 대조되는 조사 결과입니다. 

정부와 민간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품질을 비교한 대목에서도 “노인, 장애인, 기타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성인 돌봄 서비스는 정부지원 서비스보다 민간제공 서비스의 품질을 높게 평가하는 경향”, “아동 돌봄, 건강, 문화, 주거 서비스는 민간제공 서비스보다 정부지원 서비스 품질을 높게 평가”했다는 점도 현행 사회서비스 정책을 돌아보고, 향후 정책의 중심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고민해볼 대목입니다. (앞서 살펴본 보도들이 보건복지부의 보도자료를 그대로 인용하는 것을 넘어 원자료를 살피면서 다양한 논의를 이끌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복지를 비롯한 사회서비스는 공공재의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도, 전기와 같이 사회 구성원 모두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제공한다는 공통된 배경이 있는 셈입니다. 저는 그래서 사회서비스는 최대 이윤을 목표로 판매되는 일반 상품, 서비스와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이 글은 캠페인즈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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