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 8회차 공론장 (23년 8월 29일)

  • Author: 나기_
  • Created by: 2023.10.12.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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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공익데이터실험실
: 청년 ‘집탐정 코난’, 주거의 비밀을 찾아라!

"등기부등본 데이터로 본 세입자 주거권 이슈 나눔 공론장"

 

 

[발제1] 등기부등본 데이터, 하나로 모으면 뭐가 보일까?

by 공익중개사팀 장병용, 나기, 리디아

 

실험실 2기 <공익중개사>팀은 관악구 대학동 등기부등본 자료를 하나의 데이터셋으로 만들었습니다. 관악동작녹색당과 민달팽이유니온의 대학동 건물 2,136채 등본떼기 프로젝트와 연계하여, 대학동(법정동은 신림동) 내 2,500여개 등본 중 절반 가까이 되는 1,124개 주택 등본(아래 그림 내 4,5,6,9번 구역에 해당)을 조사해보았습니다.


 

 

등본의 표제부와 갑구, 을구 항목별로 추출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데이터를 탐색하고 시각화하며 다음과 같은 주요 현황을 도출할 수 있었습니다. 우선 표제부에서는 주택의 기본 정보를 확인했습니다. 1,124개 주택 가운데 근린생활시설 비율은 약 25%, 옥탑 비율은 38%이며, 최대 지상 6층 및 지하 2층의 건축물로 나타났습니다.

갑구에서는 부동산 소유권 및 권리를 포함해, 가등기, 신탁, 압류, 가압류, 경매개시, 소유권이전등기가처분 등 세입자에게 직접적 위험을 줄 수 있는 ‘위험단어’의 발생 여부와 빈도를 확인했습니다. 위험단어의 여부와 빈도, 말소 여부를 토대로 자체적 기준으로 ‘위험지수’를 산출하기도 했습니다.

*위험지수 = (가등기*가등기말소) + (신탁*신탁말소) + (압류*압류말소) + (가압류*가압류말소) + (경매개시*경매말소) + (소유권이전등기가처분*소유권이전등기가처분말소) , N=0, X=3, O=7

 

   


을구에서는 근저당권(대출) 설정 여부나 임대 내역 등을 확인했습니다. 절반이 넘는 54.4%의 주택이 근저당권이 설정 중으로 나타났는데요. 집주인들이 어느 은행에서 주로 대출을 받았는지, 대출금액은 얼마나 되는지, 담보로 채권을 빌리기도 하는지, 소유권에 공유자가 있는지 등을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사연 많은 집 : 대학동 OO번지 주택의 기쁨과 슬픔"


등본으로부터 추출한 이러한 데이터 현황들을 처음 우리가 가졌던 문제의식, “세입자에게 안전하지 않은 집들은 등본상으로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라는 물음과 연결해볼 수 있었습니다. 갑구에서 위험지수로 분류한 6가지 단어 이력(말소된 건 포함)이 하나 이상 존재하는 주택은
364가구(32.4%)에 달했습니다. 원인이 무엇이든, 세입자가 살고 있었을 경우 보증금을 돌려줄 능력과 권한이 없는 위험요소를 가진 집이 1/3 가까이 존재한다는 의미입니다.

 

 

 

이쯤 되면 유독 사연이 궁금해지는 집들이 있습니다. “압류가 9번, 가압류가 10번씩 이루어지는 집들은 대체 무슨 짓을 했던 걸까?” 갑구의 권리 관계를 시간 흐름으로 정리해보면, 그 주택만의 스토리를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20년이 넘는 시간 주택이 거쳐온 이력들을 연표로 정리해보고, 특정 시간대에 발생한 조치가 세입자에게는 어떠한 영향을 주었을지 들여다보았습니다. 집이 거쳐온 사연들은 곧 그 집에 살았을 사람들의 사연이기도 하니까요. 안전하지 않은 주거환경 이력과, 그것이 실제로 세입자에게 충분히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연결해보고 싶었습니다.

 

“보증금 안돌려준 집주인 당신! 도대체 얼마나, 어떤 문제가?”

주택의 연대기만큼이나 궁금했던 또 한 가지는 집주인에 대한 부분입니다. "이런 문제 많은 집들을 대체 누가, 얼마나, 어떻게 가지고 있는 것일까?" 등본상으로 문제가 있는 집은 곧 해당 시점 소유주의 문제일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수상한 등본의 소유주 데이터를 따라가다보니, 대학동 신림동 고시촌 전세사기 이슈들과도 연결되었습니다. 등본의 주소 데이터와 전세사기 피해 기사 속 건물 정보가 일치했을 뿐 아니라, 이중 임차권이나 전세권이 설정된 집에 살고 있는 대부분이 청년, 학생 및 신혼부부라는 사실을 기사를 통해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구역 내에서 가장 많은 주택을 소유한 A씨의 명의 주택은 24채나 되었고, 대출 총액은 254억에 달합니다. 한 사람이 254억씩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투기성으로 매입한 집들이 등본만으로도 이미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면 이것을 개인의 특수사례로 볼 수 있을까요? 정부의 대출 정책과 관리 부실, 은행 및 보증기관의 무분별한 대출과 보증, ‘신탁' 등의 위험 요소가 있는 주택을 세입자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 중개사 모두가 이러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등본으로 볼 수 있는 데이터는 매우 제한적임에도, 주택과 소유주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회문제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정보들을 도출해볼 수 있었는데요. 이번 데이터셋을 타 지역에도 적용해 비교 데이터를 추출해본다면, 조금 더 많은 인사이트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 발제문 원문 보기 : 등본 데이터로 보는 사연 많은 집

 

[발제2] 우리는 어떻게 주거권을 이야기해나갈 수 있을까

by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앞에서 나눈 등기부등본 데이터가 세입자 주거권의 침해 요소를 파악해보는 시간이었다면, 조금 더 넓은 의미의 주거권을 얘기해보려 합니다. UN에서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적정한 주거의 7가지 구성요소에 대한 규약을 마련해두었고, 국제사회 안에서 이에 대한 공감대는 매우 높습니다. 한국의 경우 법적으로 아직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요소들이 많은데요, 오늘은 이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겠습니다.


 

점유안정성에서 “당신이 전세냈어요”라는 말의 의미는 곧 내가 점유하겠다는 것, 즉 내가 주도적으로 쓸 수 있는 공간이라는 뜻입니다. 전세를 살든 월세를 살든 강제 퇴거를 당하지 않는 것이 당연합니다. 놀랍게도 전세사기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에도, ‘이 집이 경매에 나가면 얼마를 받지?’ 같은 관행들이 많이 발생했습니다. 자본의 논리로 경매에 넘어간다는 것이 주거권을 어떻게 훼손하는지 고민해볼 일입니다.

적절한 주거기반시설 및 서비스란, 추울 때는 따뜻하게, 비바람이 불면 피할 수 있는, 물이 잘 나오는... 아주 기본적인 주거공간이 갖춰져야 합니다. 세입자들이 “놋물 나와요” 하면 “필터 쓰세요”라는 말을 듣는데요. 좋은 임대인의 선의에 기대어 혜택을 받는 것이 아닌, 사회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형태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최저기준 확보를 얘기해볼까요. 아파트 구입에 관심 있는 분은 아실 수 있지만, 아파트는 정보 공유가 체계적으로 잘 되어 있습니다. 특정 단지의 채광이 좋은지, 물은 잘 나오는지, 곰팡이는 있는지 등등. 하지만 그외 주택은 내부 환경에 대한 정보를 알기가 참 어렵습니다. 특히, 그 공간이 최저기준에 미달하는지, 직접 가지 않으면 모르죠. 최저기준을 지키지 않는 집에 들어가는 건 개인의 문제이지 사회적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이 아직도 많습니다. 해외에서는 곰팡이가 심한 집은 거주를 하지 못 하게 막는 사례도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번 공론장 토론을 포함해, 앞으로 이 7가지 요소와 관련해 관심 있거나 경험했던 부분들을 많이 꺼내놓고 얘기 나눠보면 좋겠습니다. 7가지 요소는 민달팽이유니온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게 아니라 유엔에서 정한 기준이라는 것,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를 함께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발제문 원문 보기 : 우리는 어떻게 주거권을 이야기해나갈 수 있을까 ①

 

[소그룹 토론] 참가자들이 함께 나눈 이야기

 

Q. 내가 직접 경험하거나, 주변에서 접한 주거 관련 사례나 이슈는?

  • “지방에서 서울로 이사를 와서 빨리 집을 구해야 하는 상황에서 불안을 크게 느꼈어요. 그리고 그런 주거권의 불안정을 오로지 내 선택으로 감당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 많은 고민이 들었습니다.”
  • “공인중개사들이 세입자의 당연한 권리에 대한 역할을 다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해요. 나의 문제는 누구한테 맡겨야 하나.이번 실험실 이름을 ‘공익중개사’라고 지었던 이유이기도 했어요. 사회적 역할을 하는 공인중개의 등장을 기대합니다.”
  • “등본 데이터 활동을 하면서 등본의 행정적 절차에 대한 한계도 알 수 있었습니다. 수기 작업만 가능한 형태의 파일로만 제공되고 있는 점, 양식도 천차만별인 점 등등..”

Q. 우리는 무엇을 더 해볼 수 있을까? 필요한 것, 실천할 수 있는 것, 제안하고 싶은 것들

  • “유엔의 주거안정기준에 해당하는 요소들이 등본에도 추가되었으면 좋겠어요.”
  • “은행의 책임과 역할을 더 부각하고 강화할 수 있는 장치들이 마련되었으면 좋겠어요. 집주인이 대출을 받을 때 임차인의 확인을 받는다든가. 이런 변화를 촉구하는 활동은 어떻게 가능할까요?”
  • “청년이나 1인가구의 삶을 반영하는 주거형태에 대한 고민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좁은 집, 임시거처 같은 집으로 대표되지 않는.”
  • “이번 실험실 활동의 결과물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호기심을 키울 수 있는 형태로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주거권 문제로 목소리를 내는 단체와 시민들이 많아지는 게 변화를 위한 가장 빠른 길이 아닐까 싶어요.”




이번 데이터 실험실 활동은 주거권 위협에 대한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또 하나의 시도입니다. 등기부등본만에서 볼 수 있는 정보가 매우 제한적임에도, 데이터 수집 과정에서 세입자들이 알면 좋을 만한 팁과 정보들을 다양하게 발굴할 수 있었습니다. 당연히 알아야 할 내용이 얼마나 불친절하게 기입되어있는지까지도 말이지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이 각자 모은 데이터는 하나로 모였을 때 보다 선명하고 큰 의미를 갖는다는 것입니다. 대학동이라는 하나의 동네 등본을 모아본 것만으로도, 안전하지 않은 주거환경을 만들어온 구조적 문제들이 전세사기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이전부터 고착화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번 공론장에서 참여자들이 나눠 준 소감처럼, 주거 문제에 대한 사회적 목소리가 더욱 많아지기를 기대합니다.

✏️ 글/사진 : 데모스엑스 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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