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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서울 종로구는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적게 당선되었던 지역구다?

  • 작성자: 바다Bada
  • 작성일: 2023.12.27. 12:00
  • 조회수: 219

지난 11월 28일, 부산 해운대구를 지역구로 둔 3선의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 종로구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하태경 의원이 종로 출마를 선언한 배경에는 최근 당 안팎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중진 험지 출마론’이 있는데요. 하태경 의원은 지난 11월 2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종로가 국민의힘에게 ‘험지’라고 주장했습니다. 실제 인터뷰 내용(아카이브)은 다음과 같습니다. (괄호 안은 진행자 발언)

아무래도 제가 서울 정당 만들겠다, 영남 정당이 아니라 수도권 정당 만들겠다 했는데 수도권 한복판에 있고 종로 사수 없이는 수도권 정당이 될 수 없다 하는 것이고 그리고 종로가 사실은 우리 당에 굉장히 어려운 지역이었어요. (그전에 정세균 의원이) 이낙연 정세균 해서 한 세 번 연달아 졌고, 근데 지금 착시가 좀 있죠. 왜냐하면 최재형 의원이 있기 때문에. 그때는 민주당 후보가 안 나왔어요. 민주당 후보가 안 나와서 손쉽게 보궐선거 때 (그 말씀은 험지다 이거죠.) 그렇죠.

정세균 전 의원, 이낙연 전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계열 정당의 의원들에게 연패했고, 국민의힘 최재형 의원이 당선된 2022년 보궐선거 때는 상대 후보가 안 나왔기 때문에 승리한 것이므로 종로구는 국민의힘에게 불리한 지역구라는 내용의 발언인데요. 시민팩트체커 그룹 K.F.C.가 하태경 의원의 발언이 사실인지 검증해봤습니다.

 

최근 3번의 종로구 국회의원 선거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연속 당선

이번 검증에선 역대 선거결과를 확인할 객관적인 자료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래서 검증에 활용된 모든 선거 관련 자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 역대 선거 통계를 기준으로 확인했습니다.

팩트체크는 간단한 것부터 해결하는 게 중요합니다. 하태경 의원 발언 중 비교적 검증이 쉬운 것부터 살펴보죠. 하 의원은 종로구에서 국민의힘이 이낙연, 정세균 전 의원에게 세 번 연달아 패배했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역대 종로구 선거결과를 살펴보면 19대,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각각 민주통합당, 더불어민주당으로 출마한 정세균 후보가 당선됐고요.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하 의원이 내세운 다른 근거였던 2022년 3월 치러진 종로구 재보궐선거는 어떨까요? 마찬가지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통계를 확인해보면 더불어민주당이 후보를 공천하지 않으면서 국민의힘 최재형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하 의원이 언급한 최근 선거에 대한 발언은 모두 사실이었습니다.

 

2000년부터 12년간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된 종로구

아직 남아있는 하태경 의원의 발언도 확인해봐야겠죠. ‘종로구에서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약세였다’는 주장도 확인해봤는데요. 하 의원 발언을 검증하기 위해 국민의힘 계열 정당을 정리하는 것부터 진행했습니다. 국민의힘은 ‘걸어온 길’이라는 이름의 정당 역사 소개 페이지에 당의 역사를 공개하고 있는데요. 당의 출발점을 1997년 ‘한나라당’으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나라당 이후 종로구 국회의원 선거 결과는 어땠을까요? 한나라당 소속 후보는 2000년 4월 치러진 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처음 등장했는데요. 당시 종로구에는 정인봉 후보가 출마했고, 당선됐습니다. 이어 17대,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한나라당 박진 후보가 출마했고, 당선됐습니다.

 

정리해 보면 하태경 의원이 내세운 19대~21대 종로구 국회의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는 주장은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과거로 돌아가 보면 종로구는 16대~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선 국민의힘 계열 정당인 한나라당 후보가 연속으로 당선된 지역구이기도 했습니다.

 

역대 종로구 선거 3회 차이로 더불어민주당 계열 정당 우세

보다 폭넓게 역대 종로구 국회의원 선거를 분석해보면 결과가 달라질까요? 그래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 역대 선거 통계를 바탕으로 1대 국회의원 선거부터 21대 국회의원 선거까지 역대 종로구 국회의원 선거 당선자를 분석해봤습니다.

이번 분석에서는 당선된 정당을 국민의힘 계열 정당과 더불어민주당 계열 정당으로 분류했습니다. 분류 기준은 앞서 언급한 국민의힘의 ‘걸어온 길’ 페이지와 더불어민주당은 우리의 발자취’ 페이지에 등장하는 정당들을 활용했습니다. 또한 한나라당의 계열로 볼 수 있는 정당들도 국민의힘의 계열 정당에 포함했는데요. 이 경우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을 바탕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씨가 활동했던 정당을 포함했습니다.

앞서 설명한 기준에 맞춰 정리한 국민의힘 계열 정당과, 더불어민주당 계열 정당의 당선 횟수는 아래와 같습니다.

국민의힘 계열 정당

당선 횟수

더불어민주당 계열

당선 횟수

민주공화당

2

민주국민당

1

민주정의당

3

민주당

4

민주자유당

1

민정당

1

신한국당

1

신민당

4

한나라당

3

신한민주당

1

국민의힘

1

민주통합당

1

-

-

더불어민주당

2

합계

11

합계

14

종로구 국회의원 선거의 전체 결과를 놓고 보면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더불어민주당 계열 정당에 비해 적게 당선됐음이 확인됩니다. 하태경 의원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최근 선거결과에 대한 발언은 사실이었습니다. 다만 역대 선거 결과를 확인해보면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연이어 당선된 시기가 있었습니다. 전체 국회의원 선거 통계에서 당선횟수로 비교해봤을 때엔 더불어민주당 계열 정당이 다소 앞선다는 점까지 고려해 하태경 의원이 주장한 ‘서울 종로구는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적게 당선되었던 지역구다’라는 주장은 ‘대체로 사실’로 판정합니다.

 

거대양당 계열 정당 당선 횟수 차이 3회에 그친 종로구, 험지일까?

이번 검증에선 하태경 의원 발언을 대체로 사실로 판정했지만 다수의 언론, 정치인은 하 의원 주장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 배경엔 한국의 정치상황과 ‘험지’라는 표현에 대한 인식이 깔려있을 겁니다.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거대양당의 당선이 반복되어온 한국의 지역주의 정치 속에서 ‘험지 출마’는 지역주의를 타파하고, 양극화를 해결하겠다는 소신을 보여주는 행위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확인한 것처럼 역대 종로구 국회의원 선거에서 거대양당의 총 당선 횟수 차이는 3회에 그쳤습니다. 거대양당이 번갈아 가며 긴 기간 당선을 반복해왔던 지역이기도 합니다. 다양한 언론 보도 등에서 '험지'라는 표현이 많이 사용되지만 그 기준과 정의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이에 이번 검증에서도 종로구가 국민의힘에게 험지인지를 판단하긴 어려웠습니다. '험지'라는 표현 대신 '어려운 지역' 혹은 ‘적게 당선되었던 지역’ 여부를 검증한 이유입니다. 다만 하나의 정당이 대부분의 선거에서 당선자를 배출해왔던 지역구들과 비교했을 때 종로구는 상대적으로 ‘험지’와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이 결과물은 시민 협업 팩트체크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K.F.C.(Korean Factcheckers’ Community)의  바다수호 시민팩트체커의 협업으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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